국가의 부름을 받아 희생된 유공자의 명예와 가치를 존중하기로는 미국이 단연 으뜸이다. 물질적 보상도 크고 유해도 끝까지 추적한다.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220여 구의 유해를 1996년부터 북한에서 발굴해 냈다. 실종 미군은 약 8000여 명, 이중 5500여 명이 북한에서 실종됐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1963년 처음으로 원호주간이 설정됐다가 1974년부터는 원호의 달로, 1989년부터는 호국보훈의 달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그런데 작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25전쟁 연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60.9%에 불과했다. 더구나 10대와 20대는 60%가 언제 발발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충일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수두룩하고,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날로 응답하는 학생도 있었다.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의 무관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 많이 몰리는 행사장만 좇다 보니 호국보훈 행사는 외면 당한다. 지원에도 난색을 표하기 일쑤다. 그들의 가치판단의 가벼움은 보훈가족들을 화나게 하고, 누구를 위한 희생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국가유공자들이 원하는 건 희생과 공훈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김명한 전주보훈지청장의 설명이다. 그들의 참뜻을 알면 유공자들이 행사에 불참한 기관 단체장들을 욕해 대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도내에는 독립유공, 광복, 상이군경, 전물군경유족, 전몰군경미망인, 무공수훈자, 재향군인, 고엽제전우, 월남전참전자, 5.18구속부상자, 특수임무수행자 등의 보훈단체들이 있다. 이들의 국가유공자 가족은 200만 명, 전북은 12만 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홀대하는 기관 단체장들에겐 연대해 힘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6월 한달만이라도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훈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