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공교육 반성에서 출발

▲ 박일관 전북도교육청 장학사
현행의 학교교육은 지식 위주 교육과 대학입시에 매몰된 채 과거의 산업주의 패러다임에 갇혀 한 발 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 교육이 미래사회의 요구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해 200여명의 학생들이 자살 행렬에 뛰어들고, 매년 60,00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며, 20여만명의 가출 청소년이 각종 범죄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이들의 현재가 이렇게 불행하고 절망적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어둡다.

 

혁신학교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한 통렬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혁신학교는 현행 학교 체제의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실험적 성격을 지닌다.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집단지성을 통해 학생·교사·학부모 모두의 행복한 배움과 행복한 성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여러 제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에 실시한 혁신학교 자체평가 결과는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80%를 훌쩍 넘는 만족도를 보여줬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지만, 대안학교처럼 공교육의 밖에서 공교육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안에서 공교육의 전체를 바꾸려는 시도로써의 선도학교이자 거점학교다. 혁신학교를 통한 학교 혁신이라는 거대한 공교육 개혁의 프로젝트인 것이다.

 

혁신학교는 놀기만 하는 학교이고 그래서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라고 단순화해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이는 혁신학교를 그저 껍데기만 본 것일 뿐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은 아니다.

 

혁신학교는 '새로운' 학력을 추구한다. 협력수업을 통해 학생 간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호혜적이고 평등한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혁신학교 교사들은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고, 연구하고, 실천하고, 수업을 열고, 아이들의 배움을 관찰하고, 대화하는 일을 일상으로 여긴다.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경청하고 서로 돕는 관계까지도 체득해나간다. 학력과 인성은 이런 과정 속에서 함께 길러진다. 혁신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문화와 예술의 감수성, 생명과 생태 감수성, 평화와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민주적 시민성을 길러가고 있다. 교과 통합 프로젝트 학습, 몸으로 느끼는 주기집중 체험활동 등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간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학력을 추구하고, '성적'이 아닌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나쁜' 교육인가?

 

그저 국·영·수 중심으로 시험문제 열심히 반복해서 풀면 학력이 높아지는가?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수준별로 아이들을 나누어 수업하는 것이 학력을 높이는 방안인가? 학습부진아반을 편성해서 한 달에 몇 시간 보충수업을 진행하면 학습부진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가? 상위권 아이들 중심으로 유명 대학 몇 명 더 보내면 교육에 성공하는 것이고 의무를 다하는 것인가? 이러한 교육이 포기할 수 없는 정말 '좋은' 교육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