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아르바이트하러 온, 그 날 처음 본 스물여섯 먹은 형이 충고랍시고 이런 말을 던졌다.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 모양이냐? 눈치껏 알아서 좀 하란 말이야. 그거 우리 사장님 의자인데 거기 앉으면 어떡해?" 의자에 이름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기억하나 싶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걱정한답시고 또 말했다. "아무래도 넌, 군대에 빨리 갔다 오는 게 좋겠다. 정말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사회생활 잘하려면 군대는 꼭 갔다 와야 돼"라고 말한 그는 그 날 번 돈을 나이트클럽에 바치러 총총히 사라졌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 말은 군대가 개인의 인격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인정함으로 성립된다. 군대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사회생활 어렵지 않다는 수많은 증언은 이 사회가 군대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20대 남성들은 2년 동안 군대 질서를 체득하고 사회에 진출한다. 그리고 그 남성들이 사회를 이끌어감에 따라 자연스레 군대의 논리는 사회 질서의 큰 축으로 자리 잡는다. 상명하복,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 극단적 반공주의, 평범함의 강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순환구조로 자리 잡았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군대를 주입받게 됐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차렷 자세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해야했다.
사회에 진출하면 흔히들 사회초년'병'으로 불린다. 여성들은 남성들로 채워진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진짜 사나이'같은 군대 관련 예능을 시청함으로써 군대의 질서를 간접경험으로나마 체득한다.
군대의 논리는 사회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한다. 그 논리에 머리가 굳은 사람들은 모든 인간을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하며 소속집단을 위해 수많은 진실을 왜곡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국가기관 선거개입 수사 촉구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을 그 사람들은 종북주의자의 사주로 인한 행위로 매도한다. 정권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이는 종북좌파의 딱지가 붙는다.
군대를 없애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회의 자유를 위해서도 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네드 돌런은 "자유는 절대 그냥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미 해병대가 그 대가의 대부분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군대의 시간은 2년으로 끝나야한다.
군대의 논리가 평생으로 확장되고 타인에게 강요될 때, 자유와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군대로 인해 우리는 자유롭고 이성적인 사회를 상실한다. 앞서 말한 체육대회 축구 토너먼트에서, 회장이 속한 팀은 몇 년째 우승을 거머쥐고 있었다. 실력자들이 잔뜩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팀들은 절치부심하고 오랜 시간 훈련을 거쳐 이번해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군대 논리로 어그러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