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브러리는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지난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창안한 것으로, 유럽에서 시작되어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개념의 '이벤트성 도서관'이다. 즉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휴먼북)'을 빌리는 것이다. 독자들은 준비된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책(휴먼북)을 선택하여, 휴먼북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는 것이다.
전주교육지원청에서 3년째 생활지도 업무를 담당하면서 Wee센터를 중심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왔다. 특히 복지시설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회기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표정이 자신감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최소한 너희들 곁에서 너희들이 바르게 커가기를 바라고, 지지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의 관심과 지원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매번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시설에 있거나, 다문화 가정, 한부모 또는 조손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이들이 성장해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커 나갈 때까지 때로는 집안의 어른이자 한편으로는 인생의 멘토로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교육기관 차원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만을 위해 특화된, 그리고 교육청이 주도하는 일명 교육형 '에듀라이브러리'를 제안하고 싶다. 그 중심에는 교육청 소속 교육문화회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 그 역할을 하면 어떨가 싶다. 그리고 여느 휴먼라이브러리처럼 도내 각 지역에 있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를 중심으로 휴먼북을 확보하자. 그 중심에는 교원, 특히 퇴직교원들의 역량과 경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도내에서 퇴직하는 초, 중등교원수가 수백명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도 교육청이 나서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확보된 휴먼북은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과 1:1 멘토 관계를 맺거나 필요할 때마다 사람책을 대출하는 식이다. 요즘 교육청이나 지자체 중심으로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직접 대하면서 느낀 점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진정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이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진한 사람 냄새를 맡도록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아름다움으로 주는 감동에 있어서는 사람에 못 미친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우리가 배려해야 할 학생들이 꿈조차 꿀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휴먼북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 지식, 지혜 등을 통해 그들의 인생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면 우리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교육형 '에듀라이브러리'탄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를 기대해 본다.
△ 정 장학사는 익산남성고·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전북대 교육대학원 석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전주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