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건물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사이에 자리 잡은 풍남문 옆에 거대한 '물고기' 모양을 한 건물이 한 채 들어서 있다. 유리 외장재로 마감된 이 건물은 전주 대건신협이다. 대건신협은 2011년까지만 해도, 지난해 완공된 '풍남문 광장' 자리에 있었다. 대건신협은 사옥이 40년 전 건물인데다 낡고 칙칙해 신축 이전한 것은 아니다. 전주시가 팔달로와 한옥마을 쪽에서 보이지 않는 풍남문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잘 조망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풍남문 광장' 조성 계획을 추진하자 광장 옆으로 신축 이전한 것이다.

 

전주대건신협이 처음부터 물고기 형상을 한 건물을 짓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전주한옥마을과 풍남문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 뭔가 특색있는 건물을 지으려고 했을 뿐이다. 대건신협으로부터 건축 디자인을 의뢰받은 전주 출신 건축사 주수웅씨가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청동거울) 문양에서 착안, 거대한 물고기 형상의 디자인을 내놓은 것이다.

 

전주대건신협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는 이 물고기 디자인 건물을 수용한 것은 과거와 현대를 조화시키고, 풍남문과 더불어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적 디자인으로 세련되게 세워진 물고기 건물은 인근의 고풍스러운 풍남문,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 건물들과 조화미를 잘 이루고 있다. 전주대건신협이 획일적인 사무용 사각 건물을 생각하지 않고, 랜드마크가 될 특색있는 건축을 계획해 실행한 것은 탁월했다. 게다가 전주시가 8억원이나 들여 조성한 풍남문 광장이 마치 물고기 건물의 부속 공간처럼 배치돼 있으니, 대건신협은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전주시가 풍남문 광장을 너무 썰렁하게 만들면서 물고기 건물의 일석이조 효과는 반감된 상황이다. 주로 석재 포장에 그친 풍남문 광장은 조경이 크게 부족하고, 시민과 관광객 휴식공간이라는 개념이 크게 부족하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객 증가에 따라 풍남문과 남부시장을 연계해 뭔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자 한 의도는 좋았다. 실제로 기존 건물들이 철거된 자리에 풍남문 광장이 들어서면서 풍남문은 확실한 가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풍남문 광장 조성에 따른 전략적 효과는 실종됐다. 풍남문은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연결하는 '고리'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