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재해위험지구 어은골·진기마을 가보니

또 침수될라 장마철만 되면 시민 불안

▲ 집중 호우로 전주천의 수위가 상승해 침수될 위기에 처했던 전주 진북동 어은골의 지난 2011년(위)의 모습과 아직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올 7월 현재의 모습. ·안봉주기자 bjahn@

"이번 여름 장마철에도 임시제방을 쌓고, 펌프를 동원해 물을 퍼내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지반이 낮은 집들은 침수 걱정에 밤에 비옷을 입고 잠들기도 한다니까요…"

 

전주시 진북동 어은골에 살고 있는 이현자(65·여)씨는 들려오는 장마 소식에 불안하기 만하다.

 

지대가 낮은 어은골은 매년 장마철만 되면 빗물이 전주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되거나, 전주천 물이 제방을 넘어 마을로 들어오는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이 지역은 지난 2005년과 2007년, 2011년 집중호우때 침수 피해를 입었다.

 

3일 오전 9시께, 새벽동안 내린 빗물로 전주천의 수위가 높아진 상태였다. 앞선 사례와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주민들은 강수량이 많아지면 모래주머니를 준비해놓는다.

 

이 같은 상황은 전주시 전미동 진기마을도 마찬가지다. 이 마을에 사는 이문규(65)씨도 "40년 전부터 거의 매년 농경지가 침수돼 농민들이 힘들게 기른 농작물의 피해가 엄청나다"면서 "전주시에서 배수펌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여름 장마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진북동 어은골과 전미동 진기마을은 전주시가 지정한 재해위험지구 중 가장 위험하다는 '가'등급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상습적인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배수시설 개선 등의 정비사업이 매우 시급한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 이들 지역에 대한 정비계획은 없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언제쯤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주시는 침수와 하천범람, 산사태 등이 발생했거나 우려가 높은 지역 5곳을 지난 2010년 2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다.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국비지원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정부는 한정된 예산 등을 이유로 이들 지역을 올해의 정비사업 대상지역에서 제외시켰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재해위험지구의 정비 사업을 위해 국비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편성의 어려움과 정부의 연차적 지원방식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해놓은 예산규모 내에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예산 타령에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으로, 위험에 노출된 주민들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내에서 전주 어은골과 진기마을 처럼 재해예방을 위한 정비사업이 시급한 지역은 90여곳에 달한다.

 

전북도는 위험도에 따라 가~다 등급으로 나누어 총 224곳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했다. 이 중 132곳은 공사를 완료했거나 올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만을 기다리고 있는 92곳은 올 여름이 무사히 지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