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골키퍼 최은성(42)이 일부러 자기편 골대를 향해 공을 차넣었다.
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성남 일화의 경기 후반 33분에 나온 보기 드문 장면이다.
내용은 이렇다. 후반 32분 성남 수비수가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자 성남 골키퍼 전상욱이 공을 밖으로 차 냈다.
이것은 축구 경기에서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지만 양 팀이 서로 부상 선수가 발생했을 경우 공을 밖으로 차내 경기를 중단시킨다는 관례에 따른 행동이다.
부상 선수가 일어나 경기가 재개되면 원래 공을 갖고 있던 팀에게 공격권을 양보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공격권을 다시 성남에 돌려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북 이동국이 공을 돌려주려고 성남 골키퍼 쪽으로 찬 공이 그대로 골문 안까지 굴러 들어간 것이다.
1-2로 뒤지고 있던 전북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 골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축구 규정에 어긋난 행위는 아니지만 부상자가 나왔을 때 두 팀 사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관례를 어긴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들어간 골을 양팀 합의로 무효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전북은 경기 재개 후 골키퍼 최은성이 자기편 골대로 공을 차넣어 한 골을 내주는 식으로 이동국의 골을 되갚았다.
비슷한 장면은 1997년 4월에도 있었다.
당시 부천 소속이던 윤정환이 울산과의 경기에서 공을 상대편에 넘겨준다는 것이 그대로 골로 연결됐던 것이다.
그때도 부천은 곧바로 한 골을 울산에 내줘 결국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런 예의를 서로 지키지 않으면 양팀의 폭력 사태로 비화하기 십상이다.
2011년 10월 수원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알 사드(카타르)의 경기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수원은 0-1로 뒤진 후반 32분 최성환의 부상으로 공을 밖으로 내보냈고 이후 경기가 재개됐다.
하지만 알 사드는 공격권을 수원으로 넘겨주는 대신 오히려 기습에 나서 골까지 터뜨렸다.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한 것은 물론 관중석에서도 흥분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등 이날 축구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당시 수원은 "알 사드의 골은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비난했고 알 사드 측에서는 "수원이 계속 공격을 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공을 할 수 없이 밖으로 내보낸 것이 문제"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