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바다에서 뜨거운 사막으로 무대를 옮긴 조니뎁은 과연 흥행성적을 이어갈까. 잭스패로우가 줬던 강렬한 인상은 없지만 사막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이 돋보이는 '론 레인저'와 정우성 설경구가 보여주는 첩보 스릴러 '감시자들'의 흥행 대결이 주말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 론 레인저 (액션/ 149분/ 15세 이상 관람가)
- 사막에서 펼쳐지는 조니 뎁의 액션
'론 레인저'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성공시킨 배우 조니 뎁과 고어 버빈스키 감독,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다.
배경이 바다에서 미국 텍사스 사막으로 바뀌고 조니 뎁은 해적 선장이 아니라 기이한 인디언으로 분했다.
뜨거운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론 레인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캐리비안의 해적'만큼의 시원함과 신비로움은 없지만, 옛이야기로 가득한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친근한 분위기를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초반 10분간,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20분가량은 달리는 철도 위를 오가는 현란한 액션 시퀀스가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흥겨운 교향곡에 맞춰 종횡무진 튀어오르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스릴이 느껴진다. 다만, 그 즐거움을 맛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중반부의 흐름이 블록버스터라 하기에는 너무 늘어지는 느낌이다. 잉여 캐릭터와 에피소들이 더러 눈에 띈다.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눈에 띄는 영화다.
법률을 공부하고 지방검사로 고향에 돌아오던 존(아미 해머 분)은 기차 안에서 뜻밖의 소동을 감지한다.
잔혹한 악당 부치(윌리암 피츠너)를 잡아 이송하던 보안관들이 부치 패거리에게역습을 당한 것. 부치와 함께 이송되던 죄수 톤토(조니 뎁)는 이를 막으려 하고 존까지 힘을 합치지만 부치 일당은 달아난다. 고향에서 존을 기다리던 형 '댄'은 이 지역의 레인저(순찰대)로 마을 사람들과 토착 인디언 사이의 평화를 지켜온 정의로운 인물. 댄과 존을 비롯한 레인저 8명은 부치 패거리를 소탕하기 위해 사막으로 떠난다.
하지만 매복해 있던 부치 일당은 레인저들을 무참히 공격한다. 특히 부치는 과거의 악연을 앙갚음 한다며 댄을 잔인하게 유린해 죽인다. 총에 맞아 쓰러진 상태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존은 부치를 향한 불타는 복수심을 품게 된다.
자신을 '악령을 쫓는 사냥꾼'이라고 지칭하는 인디언 톤토는 레인저들의 위험을 감지하고 따라왔다가 이미 죽은 이들을 묻어주고 살아남은 존을 도와준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부치 일당을 찾아나선다. 조니 뎁은 얼굴에 흰 칠을 하고 머리에 죽은 새를 달고 다니는 괴짜 인디언을 연기하며 곳곳에서 웃음을 준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 감시자들 (액션스릴러/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 신출귀몰한'그림자' 철저하게 감시하라
숨막히는 첩보 스릴러를 기다려온 관객이라면 환호할 만한 영화가 나왔다. '감시자들'은 범인을 찾아내고 감시하고 추격하는 모든 과정이 쉴 틈 없이 촘촘하게 이어지며 첩보전의 긴장과 쾌감을 주는 영화다.
고독한 악당을 연기한 정우성을 비롯해 베테랑 설경구, 야무진 한효주까지 배우들의 어우러짐도 돋보인다. 이 영화는 감시 활동이 범인 추적 과정의 일부로 활용된 기존 영화들과 달리 '감시' 자체를 주요 소재로 가져온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은 범죄 대상에 대한 감시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 요원들이다. 외인부대처럼 활동하는 이들은 사무실도 경찰청 안에 있지 않고 외부 건물에 사기업처럼 위장해 있다.
경찰대를 갓 졸업한 하윤주(한효주 분)는 감시반의 황반장(설경구)을 감시하는 테스트를 통과해 이곳에 신참으로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뛰어난 두뇌와 전투력을 지닌 악당 제임스(정우성)의 지휘 아래 한 저축은행이 3분 만에 털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임스는 주변의 모든 것을 내려다볼수 있는 높은 빌딩 옥상에서 경찰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부하들에게 행동 지령을 내린다. 다른 건물의 주차장에 폭발을 일으켜 경찰 병력이 그쪽으로 쏠리게 한 뒤 실제 범행을 하게 하고 경찰 동선에 맞춰 퇴로를 확보하는 식이다.
감시반은 철두철미하게 자신을 숨기는 우두머리(경찰은 그를 '그림자'로 부른다)의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그의 존재와 함께 다음 범행의 단서를 발견하고 현장을 기습한다. 하지만 '그림자'는 역시 만만치 않은 반격을 해온다.
잠복과 미행의 과정으로 그려지는 '감시'라는 활동은 범죄·스릴러 영화에 늘 등장하는 요소다.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쓰이지만, 영화의 전체에 걸쳐 넣기는 쉽지 않다. 반복된 장면으로 지루함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 '감시자들'은 감시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교한 '팀 플레이'를 빠른 호흡으로 이어가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촘촘한 컷 분할과 짜임새 있는 장면 구성으로 감시전을 효과적으로 그린 데는 촬영감독 출신으로 연출에 데뷔한 김병서 감독과 두 번째 장편을 연출하는 조의석 감독의 공동 연출이 시너지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