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오는 8월 연구개발특구 지정에 재도전한다.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를 보완해 지정 요건과 현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이 개편되고 있고 새만금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의 차별화된 특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에 앞선 전북은 지난 2010년 광주·대구·부산와 더불어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유일하게 검토·보류 중이다. 그동안 전북보다 늦게 신청한 부산의 경우 정치력으로 특구 지정에 성공하면서 '전북 소외론'도 현실화됐다. 특구 지정 조건의 미흡과 함께 정치력과 중앙 정부와의 공조 부족 등도 제기되면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전북 소외론 대두
전북은 지난 정부의 정책기조인 '5+2 광역경제권'의 '서자(庶子)' 내지는 '얼자(孼子)'였다. 5+2 광역경제권의 피해·패배의식 속에서 각종 연구개발 사업의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국가의 연구개발 예산은 늘어나지만 전북의 비중은 지난 2008년 2.2%에서 2010년 1.8%까지 낮아졌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특히 관련 예산이 연구개발특구나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배정되는 만큼 소외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지난 정부의 전북 소외는 부산의 연구개발특구 지정으로 가속화됐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은 대전, 대구, 광주에 이어 네 번째 연구 개발특구로 지정됐다. 전북은 부산보다 일찍 신청했는데도 아직까지 내부 검토에 머물고 있다. 당시 부산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특구 조건이 일부 미흡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특구 지정에 성공해 정치력으로 특구가 결정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정부는 서부산권 19.34㎢ 지역에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기반의 조선해양플랜트 특구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부산 특구 지정 뒤 전북의 특구 지정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현 정부의 부처 개편에 따라 소관 부처가 지식경제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는 동안 업무가 표류하기도 했다.
△구두 약속은 립서비스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북을 방문해 동서횡단철도와 새만금신항만 배후물류산업 복합단지 조성, 새만금 내부간선도로망 동서2축과 남북2축 구축, 전북연구개발특구 지정 등에 긍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전북의 경우 식품산업의 메카가 될 가능성이 많고, 그린에너지 같은 것도 전북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같은 부분을 잘 특화시켜서 R&D특구로 조성한다면 좀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 뒤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지역공약사업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나머지 전북연구개발특구 지정과 같은 구두 약속은 배제됐다. 최근에는 대선공약에 공식적으로 반영됐던 지방공약마저 타당성을 따져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구두 약속까지 챙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치력 부재와 준비 부족
외부적인 전북 소외론과 함께 내부적인 문제도 지적된다. 정치력의 부재와 함께 체계적인 준비 부족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부산이 특구로 지정될 때도 전북도에서는 부산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특구와 관련해 그동안 중앙 정부와의 네트워킹이 잘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북은 지난 2010년 3월 '농생명·식품과 탄소복합 소재' 분야를 특화해 전주권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추진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익산에 조성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중복된다는 지적을 했다.
또한 '정부 출연 연구소 3개 이상'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말 이를 충족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그린 융복합 혁신 클러스터 구축'을 비전으로 하고 특화 분야를 친환경 복합소재산업, 농식품·생명산업, 그린에너지 산업으로 바꿨다. 당시 지식경제부가 제시한 법적 요건을 총족하기 위해 전주·완주·익산뿐 아니라 첨단방사선연구소·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소재연구소·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영장류시험본부가 모여 있는 정읍 첨단과학산단까지 특구 신청 지역을 72㎢로 확대했다.
대통령이 바뀌자 다시 수정됐다. 현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가 '면적 축소와 보완'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의 사업화라는 연구개발특구의 목적에 맞게 지구별 기업 현황과 연구기관의 보유기술을 조사해 기술의 수요·공급에 대응하도록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방법론을 주문했다.
아울러 국내·외 연구소 유치 계획과 연구 인력의 유입 방안 등도 요구했다.
이에따라 전북도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제외하고 필요한 지역만 특구에 넣는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주·정읍·완주 등 3개 시·군에 걸쳐 봉동지구(완주), 덕진·팔복지구(전주), 이서(완주)·효자(전주)지구, 정읍지구 등 4개 지구로 나눈 18.3㎢의 변경안으로 다음달 연구개발특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간 중심 그린 융복합산업'이라는 기조 아래 농생명·식품, 친환경 복합소재, 그린 에너지를 특화 분야로 설정하고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지역의 창조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곳에서는 추가 지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숫자가 많아 특구라는 말이 무색해진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만약 연구개발특구 지정 신청이 반려될 경우 전북이 입을 타격도 크다.
전북도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전북 연구개발특구에 대해 공감,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만큼 이번에는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북연구개발특구 추진 일지
△2010년 03월=전북연구개발 특구 지정 신청서 제출. 당시 광주·대구·부산·전북 4개 시·도가 신청.
△2011년 01월=광주·대구 특구 지정.
△2012년 10월=경남 특구 지정 신청, 경기도 지정 준비.
△2012년 11월=부산 특구 지정.
△2012년 12월=전주·완주·익산·정읍 포함 전북 특구 사업계획서 보완.
△2013년 01월=전북 특구 지정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대통령 인수위 업무보고시 비공약으로 제외.
△2013년 03월=전북 특구 육성사업계획서 수정. 익산 식품클러스터 제외, 면적 축소.
△2013년 06월=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도내 국회의원 면담. 전북 특구 설립 필요성 촉구.
△2013년 08월=전북 특구 지정 재신청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