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서학동사진관, 박홍순·이주형 기획전 내일부터

'2人 2色' 카메라로 담은 풍경

사진작가 박홍순(49·'월간미술'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역사를 상기시키고, 사진작가 이주형(47·계명대 교수)의 렌즈는 기억을 환기시킨다.

 

전주 서학동사진관(대표 김지연)이 기획한 박홍순 이주형 2인전 '강은 산을 잊지 못하고'에선 둘 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박홍순의 사진은 우리 국토 바로 보기에 가깝고, 이주형의 사진은 어디선가 본 듯한 풍광에서 회상을 일으키는 추억 되짚기에 해당된다.

 

박홍순은 금산 자병산 새만금 한강 동강 등 더없이 의연하고 말없이 흐르는 우리네 강토(疆土)를 흑백으로 보여준다. 여기저기 들춰낸 돌산, 산 정상을 깎아 만든 헬리콥터 비행장, 방조제 건설로 갯벌을 막아 숨통을 조인 서해안 등 이미 무참히 파괴된 산과 강을 통해 현대인에게 통렬한 반성을 요구한다. 그는 '백두대간'(1999), '한강'(2005),'서해안'(2008), '대동여지도 계획 중간보고서'(2012) 등을 통해 국토의 상처를 묵묵하게 보여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주현의 사진은 '이게 과연 사진인가?'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사실 그대로의 풍광임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인 색채가 짙다. 현실을 핏발 선 눈으로 보기 보다는 한 발 물러서 관조해온 그의 사진은 그래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역사적 정황을 지니는 장소 안에 담긴 대상이 지니는 시간의 층위와 그 기억이 지니는 환상적 측면에 대해 탐구해온 '기억의 풍경'(1999)부터 '보이지 않는 기억'(2004),'자취'(2008) 등을 통해 중첩된 기억의 편린을 퍼즐로 맞추는 작업을 해왔다.

 

김지연 대표는 "전주에서도 개발이 덜된 서학동의 한 호젓한 골목에 위치한 이곳에서 사진에 관한 진지한 물음과 사유를 던지고 있는 두 중견작가의 사진을 모시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개막식은 13일 오후 3시. 사진전은 8월18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