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인 우리나라와 세계 태권도인들이 소통하는데 가교 구실을 하겠습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정국현(51) 한국체대 교수의 각오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의 위업을 이룬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정 교수는 15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세계연맹 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당선됐다.
총회가 있긴 하지만 집행위원회는 세계연맹의 실질적인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이번 총회에서는 임기를 다한 총재와 부총재, 감사, 집행위원 등을 새로 뽑았다.총회 참석자들은 단독 입후보한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3명의 부총재, 2명의 감사는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재선임하고 집행위원은 투표로 선출했다.
14명을 뽑은 집행위원 선거에는 34명이 입후보했다.
투표에서 5개 대륙별로 최다 득표자 한 명씩을 먼저 선출하고 나서 대륙과 상관없이 9명을 득표순으로 뽑았다. 다만 대륙별로 5명을 넘을 수는 없도록 했는데 아시아에는 정 교수를 포함해 무려15명이 후보로 나섰다.
정 교수는 총회 참석 차 12일 멕시코에 도착할 때 자신의 이력과 포부 등을 담은 홍보지 100여 부를 만들어왔다.
도착 후 총회까지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없었지만 그는 총회 참석자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정 교수는 "멕시코에 올 때 내심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잠시 '1위로 당선되는것 아니냐'는 기대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몇몇 인사들이 탈락을 당연시하듯 "경험 삼아 한 번 해보라"는 격려 아닌 격려를 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교수만 하다 보니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데도 아시아 몫으로 이규석 현 집행위원을 포함해 세 명의이름이 불릴 때까지 정 교수의 이름은 없었다.
아직 호명이 안 된 후보 중에는 기존 집행위원도 있었다.
정 교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 정 교수의 이름이 불렸다.
정 교수는 환호했고, 장내는 크게 술렁였다.
하루가 지난 16일 정 교수를 만난한 관계자는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결과가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건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새로 뽑힌 14명의 집행위원 중 기존 멤버가 아닌 새 얼굴은 정 교수를 포함한 세 명뿐이었다.
정 교수가 뽑히고 이규석 집행위원도 재선출돼 한국 국적을 가진 2명이 앞으로4년 동안 세계연맹 집행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번에 국적 기준으로 선출직 집행위원 두 명을 배출한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뿐이다.
정 교수는 "내가 집행위원이 됐다고 해서 세계연맹이 확 바뀔 리는 없다"면서 "다만 태권도 종주국의 한 사람으로서 외국 집행위원들과 소통하며 태권도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뿌리내리는데 함께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 안 되는 선수 출신 집행위원이니만큼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들려는경기 분야의 논의에서 전문성을 살려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