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작업 방해된다고 나무 '싹둑'

전선 주변 허가 없이 잘라 / 주민들 "수형 무시·미관 해쳐"

▲ 17일 전주 삼천동 그린공원에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가 전봇대 전선 작업을 하면서 편백나무를 구청의 허가없이 무자비하게 잘라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선 작업을 위해서라면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잘라내도 되는 겁니까? 이러다가 다른 나무들도 모두 윗동 없는 나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가 전선 인근의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사전 허가 없이 전주시 삼천동 그린공원 안의 나무를 잘라내고, 나무의 모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작업을 벌여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7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삼천동 그린공원 앞. 전봇대 주변에 있는 편백나무 한 그루의 측면은 전선이 닿지 않는 아래부터 위까지 가지가 모조리 잘렸고, 바로 옆의 두 그루는 윗동이 잘려나간 상태였다.

 

주민 박모씨(59)는 "전선에 걸리지 않는 부분의 가지를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잘라내 공원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면서 "나무 한 그루를 더 심어도 모자랄 판에 전선 작업만 했다 하면 무턱대고 나무를 잘라내니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전 측은 지난 10일 장마철에 대비해 전력선에 근접한 나무의 가지치기를 진행했다.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장애물을 미리 제거해 주민들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작업은 전주시 완산구청과의 사전 협의없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상 공원 내 수목 전지작업을 위해서는 해당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작업을 했다면 작업 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수반돼야 하지만 이 과정 또한 생략됐다.

 

완산구청은 한전이 나무를 자르고 하루가 지난 11일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 삼천2동 주민센터에서 공원 인근 주민들의 항의 민원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 관계자는 "이번 수목 관리는 해마다 서너 차례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주민안전을 고려한 조치였다"면서 "전선과 수목의 접촉으로 인한 안전상의 위해가 우려되는 긴급한 사안으로 파악돼 전기법상에 따른 설비 관리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완산구청 관계자는 "한전 측에서 사전 협의 없이 자신들의 편의만을 고려해 작업을 하고 간 것 같다"면서 "수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나무를 자른 사실이 확인됐다.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앞으로는 협의 공문 없이 작업을 진행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벌금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