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년전주한지포럼(이사장 김정기)이 전주 중앙초 이전을 의제로 삼았다가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지난 17일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천년전주한지포럼의 주제는 '전주 중앙초 이전,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정기 이사장은 "전주 한옥마을의 중장기 발전안을 고민하기 위한 포석으로 전주 중앙초 이전과 중앙초 전통문화 특성화학교 방안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초 학부모들은 주제 선정 자체가 중앙초 이전을 전제로 예술인들을 위한 시민예술촌 건립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깔려 있다고 보고 발끈했다. 이날 참석한 김윤철 전주시의원(중앙·풍남·노송동)은 "한옥마을 활성화 방안이라고 해놨으나 결국 중앙초 이전이 핵심"이라면서 "토론회 패널 자체도 논의를 대표할 수 없는 면면인 데다 일방적인 통보로 토론회를 열었다는 게 화가 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일부 학부모들도 "당초 '중앙초 이전해야 한다'를 주제로 포럼을 연다고 했다가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문구가 바뀌었다.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중앙초 이전 논의는 한옥마을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검토됐다. 행정은 과거 가장 큰 학교로 명성을 날리던 중앙초 신입생들이 줄었던 데다 관광지로 부각된 한옥마을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해 한옥마을 중장기 발전방안으로 중앙초를 활용하자는 방안이 나왔던 것.
그러나 지난해 이정덕 전북대 교수 등을 필두로 한 동창들이 교육공동체를 구성해 지역 예술인들이 학교 동아리 수업을 참여하도록 하는 등 지역과 함께하는 모델로 만들면서 2년 전 127명에 불과했던 신입생들이 올해 2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도심형 거주 한옥마을로 주목받는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오히려 학교가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서다.
박숙자 중앙초 교장은 "우리 학교는 전주의 도심형 혁신학교 중 가장 활성화된 모델로 한국의 전통을 배우고 싶다는 외국인 학생들까지 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학교 이전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면서 학교 공식입장은 묻지도 않고 토론회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