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식물 개체는 혼자가 아니라 `미생물군계(群系)'(microbiome)로 불리는 무수한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데 이런 미생물들이숙주의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1일 보도했다.
동식물이 각각 고유의 미생물군계와 평생을 같이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상식에 속하며 이들이 두뇌 발달에서부터 소화기, 감염에 대한 저항력, 심지어 체취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숙주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 과학자들은 그러나 보석말벌(Nasonia) 연구를 통해 이들 미생물이 숙주의 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생물들이 다른 종 사이에 태어나는 잡종의 생존능력을 감소시키는방법으로 새로운 종이 태어나게 만드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찰스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의 대상이 다윈의 생각과 달리 한 개체에국한되지 않고 개체와 더불어 사는 미생물을 모두 포함한 일체에 해당한다는 이른바홀로게놈(hologenome) 진화가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연구진은 보석말벌 세 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성냥 머리만한 크기의 이들말벌은 똥파리를 비롯한 각종 파리의 몸에 기생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방역에 이용되고 있다.
이들 말벌은 96종의 미생물로 이루어진 미생물군계를 갖고 있는데 이 중 N.giraulti와 N.longicornis 등 두 종은 겨우 40만년 전에 갈라진 근연종이다.
이런 근연성은 이들의 미생물군계에도 반영돼 둘 다 매우 비슷한 군계를 갖고 있다.
반면 셋째 종인 N.vitripennis는 약 100만년 전에 갈라져 게놈과 미생물군계가모두 크게 다르다.
연구 결과 두 근연종의 잡종 자손은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8%였지만 둘 중 하나와 N.vitripennis의 잡종 자손은 사망률이 9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존율이 높은 잡종 자손이 갖고 있는 미생물군계가 부모의 것과 극도로 유사한 반면 살아남지 못한 새끼의 미생물군계는 부모들의 것과 완전히 다르며매우 혼란스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미생물이 없는 환경에서 말벌들을 키우는 실험을 통해 잡종의 생존을 가로막는 비일치성이 미생물 때문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생물학계에서는 종의 기원을 세포핵의 유전자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예상하기 때문에 이런 가설은 매우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우리 연구는 세포핵 게놈과 미생물군계 모두가 종 분화의 단일체계로 간주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