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행복한 가게 김남규 회장 "가정에서 쓰지않는 물건 기부할 수 있다는게 기쁨"

"나누는 삶이 만드는 새로운 가치, 함께해요 "

 

목도리로 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연탄 배달, 서울장학숙 건립기금 후원,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해외 물품 지원…. 지난 2004년 문 연 '전주 행복한 가게'가 걸어온 발자취다.

 

전주 행복한가게는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함으로만 꾸려가는 나눔매장이다. 애초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재활용 매장으로 출발, 전주시에서 종합경기장 내 60여 평의 공간을 내줬다. 이곳은 김남규 회장의'나눔이 기쁨'이라는 메시지가 일궈낸 자원 재순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그가 문을 열 때만 해도 '버린 물건을 누가 사겠냐'는 냉담한 반응이 주류였지만, 생활 속에서 쓰지 않는 물건도 기부할 수 있다는 방식이 큰 호응을 얻었다.

 

40여 평의 판매장에는 책, 그릇, 인형, 식탁, 오디오, 장식품, 롤러스케이트, 스키까지 없는 물품이 없다. 옷이 가장 많고, 가게 폐업으로 물건을 기증하는 사람도 생겨나면서 새제품도 적지 않다. 1년여 동안 평균 1500여 명이 각종 생활용품을 기증, 수익은 소외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기부받은 상품은 대게 1000원에서 2만원 사이에 판매, 일부는 복지시설이나 해외에 기증하기도 한다. 기부자에게는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친환경 수세미를 선물한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크고 작은 성과를 이뤄내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가끔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뭐가 가장 필요하냐고 묻기도 하세요. 그때마다 전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가장 절실하다고 답하죠."

 

처음 10명으로 시작한 봉사자도 현재 20명이 훨씬 넘는다. 김 회장이 상주하고, 봉사자들이 일주일에 한 차례씩 나와 물건 수거와 정리,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이런 발전이 재활용품의 수거와 분류, 매장관리 방법 구축에 비결이 있다고 귀띔했다.

 

기혼 여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 '엄마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성공의 한 요인이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이 없었다면 신뢰받는 비영리기구로 성장할 수 없었다고. 수익금을 단순히 불우이웃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제3세계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 등으로 범위를 넓힌 점도 시민들의 공감을 얻는데 한몫했다.

 

오로지 자원봉사의 힘으로 물건을 수거·판매하다 보니 차량을 지원하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끝끝내 고사했다는 김 회장. 차량 운영으로 생기는 각종 비용이 오히려 지출 대상에 그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지만, 오로지'나눔을 지속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뒀다고.

 

소비자들의 재활용 상품에 대한 인식 변화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숙제와 같다는 김 회장. 그의 목표는 지역 내 자원 재순환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 누군가에 도움이되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도 만든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며"앞으로도 전주 행복한가게가 자원 재순환에 책임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