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40대 여성 실종 5일째] 용의자 '조사→귀가→수배' 우왕좌왕 수사

25일 소환 정 경사 "연인관계 아니다" 발뺌 / 26일 강원도 갔다가 군산온 뒤 행방 묘연

▲ 군산 여성 실종 사건이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용의자 추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8일 전주 고속버스터미널에 유력 용의자인 군산경찰서 정완근 경사 수배전단이 붙여져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군산 40대 여성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당초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경찰관을 소환 조사한 뒤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돌려보냈다. 이후 해당 경찰관이 도피해버리자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전국에 수배하는 등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사건은 40대 여성과 도피한 경찰관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숱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 군산경찰서 소속 정모 경사(40)와 사라진 이모씨(40·여)는 1년 전 친구의 소개로 만나 알고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가족들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 경사는 그냥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것.

 

이씨의 가족들은 경찰조사에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다. 최근 이씨가 정 경사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24일 병원비 등을 받고 그동안의 관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정 경사를 만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경사는 1차 경찰 조사 때 "이씨를 친구 소개로 만나 알고 있을 뿐 내연 관계는 아니다. 사건 당일 이씨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무시했다"며 연인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 경사는 이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스팸 처리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정 경사와 이씨는 통화한 사실은 없었고, 이씨가 정 경사에게 문자메시지를 12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정 경사는 일반전화로 4차례 이씨와 통화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라진 40대 여인 행방= 이씨는 지난 24일 오후 7시 59분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 후문 인근의 CCTV에 모습이 포착된 이후 사라졌다. 이후 현재까지 행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아들과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것은 파악했지만, 휴대전화의 최종 위치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사로부터 이씨 휴대전화의 최종 위치 추적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야산과 낚시터 등 수색을 하고 있지만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정 경사를 붙잡아야 이씨의 소재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경사의 행적= 정 경사는 지난 25일 경찰 조사를 받은 후 26일 새벽 0시 10분께 경찰서를 나와 강원도로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강원도 영월의 한 대학교 인근 다리 밑 주차장에서 정 경사의 차량이 발견됐다.

 

이후 정 경사는 영월의 한 전통시장에서 옷을 구입했고, 이날 오후 3시께 대전복합터미널 전주행 승강장 근처 CCTV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오후 6시 50분께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산 대야행 버스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에 도착한 정 경사는 택시를 이용해 군산 회현으로 이동했으며, 이후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허술한 초동수사=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정 경사에 대한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사건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5일 이씨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정 경사를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거칠게 항의하는 정 경사에게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귀가시켰고, 이후 정 경사는 도피했다. 그제야 전국에 수배전단을 배포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 경사 검거에 나서는 등 경찰의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당시 경찰은 정 경사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삭제된 사실도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블랙박스에는 사건 당일 오후 7시부터 9시 45분까지의 영상이 삭제됐다. 이에 대해 정 경사는 "주기적으로 삭제한다"고 답했고, 경찰은 당일 오후 8시 22분부터 9시 27분까지의 영상을 복원했으나 야산만 찍혔을 뿐 특별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복원한 블랙박스에서 한 사람이 몽둥이인지, 삽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를 들고 가는 모습이 흐리게 찍혔다. 복원된 부분은 주위가 어두워 어디인지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향후 경찰 수사= 전북경찰은 28일 군산경찰서에 전북지방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정 경사를 검거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 경사의 연고선 및 은신 가능지역에 대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종된 이씨를 찾기 위해 실종 당일 정 경사의 동선 및 저수지, 야산, 숙박업소 등을 수색하고 있다. 또 정 경사의 차량 블랙박스에서 삭제된 나머지 부분을 복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