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의 현주소와 장애학생의 교육권

▲ 정성환 전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지금의 얘기는 현재 진행형일 수 있는 사례다. 무대는 대학입시의 최전선 인문계고! 그런데 올해 3월초 이 학교에 처음으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영호(가명)가 입학했다. 이곳은 특수학급도 없다. 장애학생 학부모는 당연히 법으로 보장된 교육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학교 역시 장애 학생 입학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같은 반 학생들 역시 영호를 끌어안기 위한 나름 학급 규칙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허니문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반학생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시험 준비도 해야 한다. 교사들 역시 솔직히 영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영호 역시 하루 내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지겹겠는가! 언젠가부터 영호는 수업시간에 관심을 끌려는지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두드리는 등 문제행동을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의 인내심도 임계점에 달했다. 학부모들 역시 학교에 항의를 시작했고, 학교측도 영호 부모를 불러 문제행동에 대해 설명과 함께 지도상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하지만 영호 부모는 이를 영호에 대한 전학 압력으로 받아들이면서 학교와 갈등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양측은 교육청에 각각 서로의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며 민원을 내기에 이른다.

 

특수교육은 장애학생들만의 리그가 아닌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형태의 분리교육이 아닌, 일반학급의 완전통합 말이다. 물론 장애학생 부모들도 자기 자녀들이 일반학급에 있다고 해서 학업성취면까지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그래도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 무엇이라도 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깔려 있다. 당연히 인정해줘야 할 기대감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역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벽에 부딪히게 된다.

 

예전과 달리 장애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개선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도 안 되는 얘들, 왜 일반학급에 보내 다른 애들 공부까지 방해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대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것은 이들의 비판 앞에 내세우는 논리라고 해봤자 너무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애학생도 교육권이 있다는 것, 당신도 장애인이 언제 될지 모르니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를 습득함으로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교육권이 실현되기엔 너무 척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궁색하기 그지없는 통합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이제는 통합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당사자 모두 함께 새롭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저 일반학교 내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통합교육'의 전부는 아닐테니 말이다. 이러한 통합은 장애학생도 괴롭고, 비장애학생들도 괴롭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는 법이나 제도, 물리적 지원으로도 해결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 학교 풍토가 앞으로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장애학생이 여느 학생과 같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통합 노력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고유명제다. 다만 일반교육에 무조건 통합만이 장애학생에게 좋을 것이라는 관점도 탈피해야 하며, 장애학생의 교육권도 보호자의 친권행사 차원이 아닌 장애학생 자신의 행복추구권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일반학생들의 교육권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호 문제는 보조인력 지원으로 가까스로 봉합은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영호는 웃음도 잃었고, 자기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모두가 힘들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