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더 테러 라이브' VS '마지막 4중주'

절대 강자가 없는 주말 극장가는 말 그대로 춘추 전국시대다. '레드 더 레전드', '감시자들'이 꾸준히 상영관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등 새로운 영화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휴가철과 방학을 맞아 벌이는 스크린 전쟁에서 누가 살아남게 될지 주목되는 주말이다.

 

■ 더 테러 라이브 (재난 스릴러/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 97분간 테러범 전화가 생중계 된다

잘 나가던 마감뉴스 간판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는 얼마 전 라디오로 밀려나 시사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세금 문제에 관한 청취자 의견을 듣기 위해 연결된 전화에서 자신을 건설현장 노동자 '박노규'라고 밝힌 한 남자는 집에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불평한다.

 

쓸데 없는 전화라 여기고 끊으려 하는데, 이 남자는 끈질기게 전화를 끊지 않는다.

 

이어 갑자기 자신이 폭탄을 갖고 있으며 마포대교를 폭파할 거라고 협박한다.

 

어이 없는 협박에 윤영화는 욕설로 대꾸하지만, 곧이어 굉음과 함께 창밖의 마포대교 한 켠이 무너져 내린다. 난데없는 테러에 세상이 놀라지만, 윤영화는 이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생중계하는 단독 보도로 다시 간판 앵커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보도국장(이경영)과의 의기투합으로 라디오 스튜디오에 금세 보도 본부가 차려지고 생중계가 시작된다. 테러범은 자신이 과거에 노동 현장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을 밝히며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오지 않고 경찰 대테러센터 책임자(전혜진)만 들이닥쳐 테러범을 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끌라고 지시한다.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자 테러범은 마포대교에서 또 폭탄을 터뜨리고 양쪽으로 끊긴 다리 위에 인질들이 고립된다.

 

윤영화는 테러범의 함정에 잘못 걸려들었음을 깨닫지만, 스튜디오에 갇힌 신세가 돼 테러범의 요구와 보도국장의 지시, 경찰의 지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다.

 

'더 테러 라이브'는 직구로 승부해 스트라이크 존에 아슬아슬하게 꽂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테러범의 전화가 걸려오고 곧이어 마포대교가 폭파되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잔가지 없이 깔끔하고 굵직하게 한 줄기로만 밀고나가면서 관객을 집중시킨다.

 

하정우의 연기는 이번에도 역시 발군이다. 하정우에서 시작해서 하정우로 끝나는 이 영화는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심리 변화, 그 괴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정 변화가 큰 볼거리다.

 

영화 안에 흐르는 사회 비판적인 시선도 공감을 끌어낸다. 테러로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려는 의지보다 정치적인 계산만 앞세우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 시민들의 머리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경찰, 상업성에 매몰돼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방송사, 그 안에서 개인적인 이해타산을 좇는 인간 군상들. 꾸며진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맞닿는 면이 커 씁쓸함을 자아낸다.

 

결말에서도 무난한 수순 대신 상업영화로는 쉽지 않은 선택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점도 눈에 띈다. 신인 감독 김병우의 만만치 않은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 마지막 4중주 (드라마/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 쓰디쓴 아픔을 딛고 이뤄낸 감동의 하모니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는 음악과 함께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4중주'라는 제목은 완벽한 하모니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음악의 하모니 역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조화를 이루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란 사실을 이 영화는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 영화는 겉으론 우아해 보이는 음악가들의 푸석한 민낯을 그린 이야기를 통해우리가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갈등과 불협화음, 그런 진통을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쓰디쓴 아픔을 딛고 이뤄낸 하모니는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피터(크리스토퍼 월켄 분)와 다니엘(마크 이바니어), 로버트(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줄리엣(캐서린 키너)은 현악4중주단 '푸가'로 25년간 함께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어느 날 첼리스트인 피터의 연주에 문제가 생긴다. 피터는 병원에서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팀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피터를 아버지처럼 따르던 줄리엣은 크게 낙심하고 다니엘은 새로운 첼로 주자를 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로버트는 팀의 재정비를 기회로 그동안 억눌러왔던 욕심을 꺼낸다. 제1바이올린인 다니엘의 뒤를 받쳐주던 2인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본인이 제1바이올린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 이에 따라 부부인 로버트와 줄리엣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로버트의 실력이 다니엘에 못 미치는 것을 아는 줄리엣은 로버트의 욕심을 만류하려고 하지만, 로버트는 줄리엣이 오랫동안 다니엘에게 연정을 품어왔기 때문에 그를 편드는 것이라고 화를 낸다.

 

다니엘은 줄리엣과 로버트 부부의 딸린 알렉산드라(이모젠 푸츠)의 바이올린 개인 교습을 해주다가 그녀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이 사실을 알고 줄리엣과 로버트는 격분하고 콰르텟은 완전히 깨질 위기에 놓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만,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었던 나름의 고민과 아픔이 있다. 이들은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속 깊은 상처 또한 들여다보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추스르게 된다.

 

배우들의 연습과 정교한 연출로 악기 연주 장면이 진짜 음악가들이 하는 것처럼자연스럽게 보인다.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비롯해 클래식 명곡들을 만날 수 있는것도 이 영화가 주는 큰 즐거움이다.

 

데뷔작인 다큐멘터리 '워터마크'로 주목받은 야론 질버만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