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버지를 알고 있나요?

우리가 잘 모르는 아버지 조금만 마음 열고 용기내 대화 나누면 참모습 발견

▲ 김의한 군산대신문 편집장
아버지는 등산을 좋아하신다.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매고 산으로 향하시는 분이다. 등산을 가실 때마다 나에게도 함께 하자고 말을 하곤 하셨지만 아버지와 산행을 한 적은 몇 번 없었다.

 

얼마 전 주말 아침, 그날따라 일찍 잠에서 깬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다섯 시쯤 됐을까? 아버지가 일찍 평소처럼 산행 준비를 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내게 산행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왠지 그날은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를 따라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하게 된 것은 약 3년만의 일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등산로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적한 산길을 걸어가며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세 시간 정도 산행을 하면서 여기저기 피어있는 야생화의 이름이 무엇인지, 최근 이슈가 되는 뉴스는 무엇인지와 같은 간단한 이야기부터 얼마 전 정년퇴임하신 아버지의 직장은 어땠는지, 아버지가 등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등 개인적인 이야기 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버지와 단 둘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 본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터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올 때까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대화를 하더라도 아버지가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는 것이 다였을 뿐이다.

 

아버지가 등산을 즐기신지 12년이 지났지만 왜 산행을 즐기시는지 언제부터 등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여쭈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또 직장을 다니신지 30년이 훌쩍 넘어 정년퇴임을 하실 때까지 '아버지는 이런 이름의 직장에 다니시는 구나', '아버지는 등산을 좋아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뿐 아버지의 직장생활은 어떤지, 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여쭈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버지와 단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그날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걸으며 아버지로부터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생각하던 것 고민하던 것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우연히 가게 된 이번 산행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굉장히 단편적인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몰랐던 아버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과거 젊은 시절 이야기, 아버지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하며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20대 아들·딸들은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을 수도 있을 테지만 아버지와 시간을 갖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마음을 열고 용기를 내서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버지와 시간을 갖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신이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