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수은주가 멈출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7일 전주의 낮 최고기온은 37.6도를 기록해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 최고의 '찜통 도시'가 된 전주는 이제 더위의 '전통 강호'인 대구만큼이나 선두에 자주 오르고 있다.
8일 전주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전북에는 무주와 진안, 장수 등 동부 산간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 이틀 이상 계속될 때 내려진다.
더위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전주는 대구와 같이 산과 높은 대지로 둘러싸인분지(盆地)형의 지형을 갖고 있다.
여기에 2000년도를 전후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전주천과 삼천 주변의 고층 아파트들은 전주를 가로지르는 '바람 길'을 막아 수은주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자연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가 만나 최악의 찜통 도시가 된 것이다.
전주기상대에 따르면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6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전주의 낮 최고기온은 32∼37.6도로 대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8월 초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34.2도로 대구(34.4도)와 불과 0.2도밖에 차이가나지 않는다.
7일 낮 최고기온인 37.6도는 전주기상대가 198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8월 기온중 역대 3번째로 높은 온도였다.
전주가 이렇게 찜통 도시가 된 이유는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말미암은 녹지 감소와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나타난 '열섬현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주의 급격한 도시화로 산림이 크게 훼손되면서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기능이 줄었고 아파트와 높은 건물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나타난 열섬현상은 이를 부채질 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전주에는 2000년을 전후해 도심 하천 주변에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가 줄지어 들어섰다.
전주시는 1997년 이후 삼천이 자리한 삼천동 등에 15∼20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단지 30여개의 건립을 승인했고, 전주천 주변에도 40여개의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난개발을 해왔다.
이 같은 난개발은 하천변에서 형성되는 '바람 길'을 막아 전주의 수은주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 전체 온도가 올라가고있기 때문에 전주도 점차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여러 가지 노력을통해 국지적으로 기온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면서 "실험을 통해 전주의 '바람 길'은새만금-혁신도시·서부 신시가지 구간에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해다.
황 교수는 이어 "건물을 짓거나 개발을 할 때 '바람 길'을 고려한 건물 배치와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도심에 찬 공기를 공급하는 낮은 야산이나 하천 주변에는 더는 고층 아파트나 건물을 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