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소장 변주승 교수) 내 율곡정본화연구단(책임자 오항녕 교수)이 조선 성리학을 구축한 율곡 이이(153~1584)의 방대한 저술을 한데 모아 표준 텍스트로 만들기 위한 정본화(定本化) 연구에 나선다. 율곡정본화연구단은 교육부 산하 한국학진흥사업단이 주관하는 한국학 기초 토대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3년 간 7억을 지원받게 됐다.
연구나 인용을 할 때 가장 믿을 수 있는 자료가 되는 정본의 중요성이 새삼 환기된 것은 한국학 연구가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국내·외 학계의 현재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퇴계학연구원이 2002~2008년 '정본퇴계전서'(定本退溪全書)를 추진해오다 지원이 끊겨 고충을 겪었고, 충북대 우암연구소도 2007~2010년 우암의 저작에 관한 정본 사업을 하다가 지원이 중단되는 등 정부와 학계는 정본화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지원엔 소홀해왔다. 다행스레 지난해 다산학술문화재단이 10여 년의 작업 끝에 다산 정약용의 저술을 망라한 최초의 활자본 전집 '여유당전서'를 오·탈자와 저술의 오류 등을 바로 잡아 37권의 '정본 여유당전서'로 내놓으면서 정본화 연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연구진이 재조명하려는 율곡 선생도 그간 1000여 편의 논문과 100여 권의 책이 출간됐으나 율곡 문집에 다른 저술이 인용돼 있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봤다. 오항녕 전주대 교수는 "퇴계 이황의 문집 정본화 작업에 주력해온 정석태 부산대 교수와 다산학술문화재단 연구팀 일부가 수혈됐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이들에게 정본화 작업에 관한 노하우를 착실히 익힌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는 율곡 정본화 연구 이후에도 이이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본화 작업을 추진해 기호학파의 학맥과 사상을 조명하는 센터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