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수급상황실.'워룸'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오전 한때 '이러다 진짜 순환단전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말도 나왔다.
전력당국은 비상조처를 최대한 활용해 최악의 시나리오인 '순환단전'까지는 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발전기가 단 하나라도 가동을 멈추면 예비력이 바닥을 드러내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밤 당진복합화력발전소 3호기(발전용량 50만kW)에 이어 이날 오전 서천화력발전소 2호기(20만kW급)마저 가동을 멈추면서 전력당국 내부의 긴장도는 극에 달했다.
특히 당진복합 3호기의 경우 이번 주 복구가 안 된다는 최종 점검 결과가 나오면서 전력당국 내부적으로 순환단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전력당국은 실시간으로 예비력 추이를 확인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8시 현재 각종 수급비상대책을 시행한 이후 기준으로공급능력 7천764만kW에 최대 소비전력 7천512만kW를 기록, 예비전력이 252만kW까지떨어져 '주의'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초 예비력 160만kW로 '경계' 경보 발령을 예상한 데서 경보 예보 수준을 한단계 낮춘 것이다.
이는 기존에 가동 중인 발전기가 최대 출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비상 수급관리를극대화하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즉, 공급을 최대화하고 수요를 최소화하는 기존매뉴얼이 정상적으로 적용될 때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단 오전 10시57분 예비력이 400만㎾대에 20분간 머물러 전력수급경보 1단계인'준비'가 발령됐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한국전력 및 산하 6개 발전사, 전력거래소,전기안전공사 등 전력 유관기관도 이른 시간부터 각각 동시다발적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일단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 민간자가발전 등 기존 비상수급대책 외에 중앙전력관제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열병합발전소까지 전력 계통에 병입하는 등비상조치로 간신히 수급 조절을 맞춘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발전기가 무리할 정도로 출력을 높이고 있어 다른 발전기 역시 언제라도 불시 가동 중지를 배제할 수 없어 전력당국의 누구도 이날 상황이 어디까지악화할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전력위기 극복의 최대 열쇠인 수요관리 책임을 진 한전 측은 수요 감축을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전 측은 이미 이날 오전부터 본사와 각 지사, 산하 6개 발전사 등 관계사와협력사의 냉방 가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조환익 사장의 긴급 지시로 한전 전 직원(2만여명)이 아침부터가족·친지·친구 등에게 전화를 걸어 절전을 호소하는 등 수요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