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지식의 유용기간도 짧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13년 후면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1000만명 시대를 맞는다. 노인의 경륜과 경험만으로 사회 변화와 소통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생학습은 형식·목적·비용 부담의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의 생애에 걸쳐 이뤄지는 다양한 학습 또는 교육훈련이다. 평생학습은 사회변화와 세대간 가치갈등, 생활패턴의 차이 등을 극복·적응하고, 노인세대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면서 질 높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계속적인 삶의 영양과 동력을 충전하는 일 없이 30대 이전에 학교교육을 통해서 이뤄졌던 인생 초반기 학습만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살아갈 지속 가능한 생존능력과 적응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년기 평생학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굳어지거나 오그라지는 하나의 유기체가 환경과 소통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 영역을 넓혀가고 새롭게 창출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배우는 노인은 젊다'는 말은 과장이나 상징이 아니라 증명 가능한 생태학적 사실이다. 국가와 사회는 노년 세대들이 인생의 기쁨을 느끼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지원해야 한다.
△자발적 평생학습프로그램 아쉬워
2011년 평생학습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생학습참여율은 32.4%로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지만, 아직도 OECD평균인 40.8%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평생학습은 대개 개인의 의지나 개인의 경제적 부담에만 의존하는 형국이다. 개인 1인이 부담하고 있는 평생학습 교육비는 연 75만원으로, 성인학습자의 평생학습참여 장애요인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2012년 국가 평생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평생교육기관 수는 3768개로, 2011년에 비해 4.9%(177개)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 당 기관수는 서울이 13.8개로 가장 많고, 전북은 6.2개로 전국 10위로 나타났다. 전북의 평생교육기관 수는 111개로 전국 10위, 프로그램 수는 3931개로 전국 13위, 학습자 수는 10만381명으로 전국 14위로 집계됐다.
전북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과 시·군 평생교육센터의 평생교육프로그램 주제를 살펴보면 대부분 생애 단계와 노인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노인 학습자가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새롭게 배우는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평생학습프로그램과 연구는 찾기 힘든 상태다.
△일부는 스스로 개척
최근옥씨(74·전주시 효자동)는 올해 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 3학년에 편입학 했다. 작가이자 여행가인 그는 은퇴 후 대학 중국어과를 졸업했으면서도 "새로운 학문과 정보를 소홀히 하면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없고 창조적인 사고도 나오지 않는다"고 입학 동기를 말했다.
대학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한 육상집씨(73·전주시 삼천동)는 "학교 졸업은 있어도 학습 은퇴는 없다"면서 효율적인 영어교육과 생활영어에 대한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영어교육방법과 외래어 지도자료를 발간, 보급하고 있다.
모든 세대에 평생학습은 필요하다. 평생학습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의 전 과정에 걸쳐서 이뤄지는 학교 밖의 학습활동이기 때문이다. 위 사례처럼 노인들이 평생학습사회(lifelong learning socity)의 일원으로 자아실현에 몰입하는 것은 길어진 노년기와 격변하는 사회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하는 보람찬 모습이기도 하다.
△개선 대책은
노인세대의 평생교육을 활성화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국가나 자치단체의 평생교육 예산 증액이 필수적이다. 현재 교육부 예산의 0.04%인 평생교육예산을 비롯해 자치단체의 평생교육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 평생학습참여율과 GDP는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평생교육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가 같이 고민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노인 평생교육시설을 대폭 확충·활용해야 한다. 노인이면 누구나 어디서나 평생 학습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경로당을 평생교육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노인들의 경험과 경륜, 학교의 교육 전문성을 평생교육에 접목하여 모든 학교와 노인의 상생 체제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셋째, 노인평생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에 기반을 둔 생애단계별 노인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해야 한다. 새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어르신을 위한 학습', 모든 세대에게 노년학에 관한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는 '어르신에 대한 학습', 고귀한 경륜과 지혜를 환원하는 '어르신에 의한 학습'이 생산적·목표지향적, 맞춤형 학습으로 추진돼야 한다.
넷째, 노인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배울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고, 배움에 대한 스스럼없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노년기의 평생학습은 학습-소득-봉사-여가-자아실현 등이 연속적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제3의 인생을 재설계하는 원동력으로 기능할 때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전북실버뉴스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