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악수인가, 계획된 증세인가

▲ 전정희 국회의원
2014년부터 5년간 2.49조원의 세수확대 효과를 내겠다고 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지난 8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는 '부자감세 유지', '서민 세금폭탄'이었다. 이에 당황한 박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27시간 만에 정부는 서민 세 부담 기준을 연봉 3천450만 원에서 5천500만 원으로 올리는 수정안을 발표하였다. 한마디로 '조삼모사', '날림 수정', '땜질식 미봉책' 차원으로 세(稅)부담 기준선만을 상향조정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재정상황은 지난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적자재정(5년간 102.7조원) 편성으로 나라 빚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도 슈퍼 빚더미 추경으로 재정적자만도 23.4조원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1~6월) 국세수입 실적이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할 때 무려 10조원이나 감소한 상황이며, 특히 대다수 서민들은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시달리면서 소득증가분보다 대출증가분이 많은 악순환에 빠져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과세형평과 서민의 실질 소득향상을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뚜껑이 열린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 증가 대신에 월급쟁이?자영업자?농민 등 서민층을 쥐어짜는 세금정책이었다.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에 대해 청와대 경제수석은 서민과 중산층에서 연 16만원 세금 증가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자평하고, 한술 더 떠서 새누리당은 중산층에서 한 달 1만 원 정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치솟는 물가, 줄줄이 인상예고 된 공공요금 그리고 전세난 등으로 파탄 일보 직전인 가정경제는 현재 가계부채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대다수의 서민들은 아이들의 학원비와 식비부터 줄이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월 1만원, 연간 16만원이 가진 자와 고소득자의 100만원보다 훨씬 소중한 가치이고 큰돈이다. 재벌과 고소득자에게는 관대하면서 서민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종합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수정안 포함)은 첫째,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마련 포기 선언 둘째, 월급쟁이의 13번째 월급(연말정산 환급)을 빼앗겠다는 선언 그리고 각종 감면 배제 및 부가가치세 확대로 농민과 자영업자를 쥐어짜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결국 부자감세 기조를 철저히 유지하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농민들에게 과중한 세금 부담을 주겠다는 입장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국민은 마치 대통령은 책임 없다는 식의 졸속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세금 차별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연소득 3천만 원이든 5천만 원이든 월급쟁이 지갑을 털지 말고 부자감세를 철회해 서민이 느낄 수 있는 조세정의를 우선 실현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세제개편안 수정과정에서 성난 민심 소나기를 당장 피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 입장에서 정부의 올바른 태도와 인식의 변화를 기대했었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이번 수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세제개편안 논란과 관련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문책할 사람은 문책하는 모습을 국회 논의 전에 보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민주당과 함께 과세형성을 실현하고, 세입기반 확대를 통한 재정파탄을 막는 합리적인 세제개편 대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