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당시 남원지역에서 우리 민족정기를 끊으려한 만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또다른 만행 현장은 없는지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함께, 드러난 일제의 악행을 역사교훈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원문화원(원장 이병채)에 따르면 우리 민족정기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남원에서 저지른 일제의 악행이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나오고 있다. 백두대간의 혈맥을 끊기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목돌(일명 잠금석), 황산대첩비 파손, 운봉고원지대의 가야고분군 도굴, 만인의총 훼손 등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남원시 운봉읍 주촌리 한 가정집 정원석으로 쓰이던 목돌 5개는 최근 1.5㎞ 가량 떨어진 주천면 노치마을로 옮겨졌다. 노치마을의 뒷산인 덕음산은 지리산 고리봉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일부다. 남원문화원은 "덕음산과 지리산 고리봉의 연결 부분만을 보면 신체의 목에 해당한다. 일제는 우리 국토와 민족의 목을 조여 숨을 못 쉬도록 하고자 이 잠금돌을 설치해 민족정기를 단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 목돌은 15년 전 경지정리작업 중에 발견됐고, 애초 6개 중 5개만 가정집 정원석으로 옮겨졌고, 현장에 남겨뒀던 나머지 1개는 다시 묻혔다고 한다.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에 위치한 황산대첩비는 이성계 장군이 황산(荒山)에서 왜적을 무찌른 업적을 기념해 세운 승전비(勝戰碑)로,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폭파됐다. 일제는 또 이 땅의 민족혼을 말살하고자 대첩비의 비문을 정으로 쪼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폭파된 비석들을 한데 모아 세운 것이 현재 대첩비지 안에 있는 파비각(破碑閣)이다.
이병채(74) 원장은 "정유재란(1597년) 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국한 민·관·군 1만여 의사들이 묻혀 있던 성스러운 곳에 전라선 남원역 철길을 건립해 훼손하고, 가야고분군을 도굴하는 등 일제가 남원에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면서 "우리가 겪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그런 일들이 또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위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만행 현장을 찾아내고, 발견된 현장은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