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그리고 두 아이의 하루

가정환경 성적에 영향 사교육시장 과열 양상 우리교육 불편한 진실

▲ 신은지 전주교대신문 편집장
오늘은 두 명의 아이들의 일과를 비교해 보려고 한다. 우선 사립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가윤'(가명)이의 일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가윤이가 배우는 영어 책은 일반 교과서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교육법상 초등학교 3학년은 영어를 교과로 처음 배우는 시기이지만 가윤이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서서 미국 교과서를 읽고 있다. 심지어는 띄엄띄엄 해석을 하기도 한다. 수학도 일반 교과서 내용과 다르다. 요즘 뜨고 있는 '창의력 수학'이라고 해서 아이의 기본적인 독해력이 있지 않으면 문제를 이해할 수도 없는 문장제 유형을 매일 푼다.

 

하지만 가윤이는 나와의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그리고 곧 있을 교내 피아노 콩쿠르 연습과 수영대회 때문에 피아노 학원과 수영장을 오가며 연습한다.

 

그렇다면 공립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민구'(가명)는 어떨까? 민구는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아동센터에 간다. 그곳에서 자발적으로 문제집을 풀고 영어 수업을 받지만 선생님이 다수를 상대하다보니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십상이다. 민구는 특히 수학에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반복되는 계산이 싫을뿐더러 학교에서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지 문제집을 많이 틀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봉사 선생님들이 다른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여서 민구 혼자만 데리고 수학을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게 민구는 센터에서 하루치 분량의 문제집을 풀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켠다. 민구는 학원을 가지 않기 때문에 센터나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나면 형과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텔레비전 시청을 한다.

 

예전에 어느 한 통계자료를 본적이 있다. 그 자료는 소위 잘 산다는 상위 계층이 많은 학교를 순위를 매겨 분석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대학들과 이화여대, 포항공대, 서울교대 등이 전국 10위에 올랐다.

 

이 자료는 한 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공부는 본인의 노력이고 능력이라 생각하며 부모의 재력이나 집안 환경은 외면해 왔다. 그러나 통계결과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실상 돈과 환경은 학생이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앞서 '가윤'이와 '민구'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 교육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다. 나는 이 두 학생들을 방학동안 만나고 함께 공부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의 수준을 환경을 기준으로 나눈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일반화 일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 두 아이들이 내가 앞으로 투입될 교실의 현장이고 교육의 현실일 수 있겠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출발선상에서조차도 교육에서의 빈부 격차가 생기는 이 사실이 나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학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엔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를 농담으로만 생각하지 못 한다. 그래서 어쩌면 대부분의 중산층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자신의 노후 자금도 마련하지 못한 채 너도나도 가릴 거 없이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