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결 같은 삶을 동경한다. 소박하지만 진실하고 허점이 많아 보이지만 내면이 충실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훤히 보이는 길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 몇 번의 물질도 힘겨워하고 있는 자신에게 더 얇게, 더 질기게, 더 소박하게라는 단어로 최면을 걸어본다'. 수필가 김재희씨가 전주 한옥마을에 앵글을 댄 임권택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김씨는 또 절 마당 한 귀퉁이에 자라는 능소화에서 '한여름 풍경'을 그렸다. '능소화는 어쩌자고 저리도 고운 자태를 한여름 햇살에 내맡기는가. 임금의 단 한 번 사랑으로 끝난 궁녀 소화의 한이 꽃으로 환했다는 능소화. 어떤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고통보다도 더 절박한 상황에 처할 때 삭혀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능소화는 이글거리는 한여름 땡볕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리라'. 능소화에서 벌로, 매미로, 잠자리로, 강아지로, 봉숭아로 연결시키며 작가 본인의 여름을 이야기 한다.
그는 이른 새벽 꽁꽁 언'겨울 강'앞에서 겸손을 배우고, 구불구불 펼쳐진 '다랑이'의 굴곡을 바라보며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냄비에 들어간 주꾸미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지켜보며'반란'을 꿈꾸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심히 살피며 소금 같은 삶을 희구한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재희씨가 낸 두 번째 수필집 '꽃가지를 아우르며'에 실린 작품이다(수필과비평사). 저자는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소재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해서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고 있다.
특히 저자의 눈을 통해 본 자연은 한 폭의 그림이다. '매화는 섬진강이 있어 더 희게 빛났다. 환한 매화 사이로 보이는 강물과 굽이쳐 흐르는 물의 곡선 따라 펼쳐진 모래밭은 어떤 오물도 허용치 않을 것 같아 매화의 깨끗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매화의 청순함과 강물의 정겨움, 그리고 모래의 정결함은 어떤 붓으로도 그려내기 어려운 멋진 어울림이었다'('매화를 찾아서'중에서)
그의 수필은 또 시적이다. '나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꼭 섬진강 자락에 맴도는 봄기운을 받아야만 비로소 봄이 내게로 들어온다'('섬진강의 봄'중에서). '돌돌거리며 흐르는 물이 햇살을 품었다. 무슨 보석이나 품은 듯 유난히 반짝거린다. 물결에 적셔서 건너온 바람이 자갈 위에 쏟아지는 햇살을 식혀준 탓일까. 자갈들도 산뜻하게 빤짝거린다'('가을을 맞으며'중에서)
'주춧돌''항아리''동치미''다리미''아무리 미물이라지만' 등의 수필에서 소소한 사물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5부에 걸쳐 40여편의 수필과'전북수필'특집으로 실은 '정읍사의 발원지를 찾아서''부안이 낳은 기녀 매창'을 함께 엮었다.
김씨는 2006년 본보 신춘문예에 '장승'으로 등단한 뒤 수필집 '그 장승을 갖고 싶다'를 냈다. 수필과비평작가회의·전북수필·행촌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