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은 '경기전 일부를 헐어 소학교를 건립하고 매화나무를 수차례 고사시키는 회오리바람에 당시 상주 자들이 몰래 풀고 또 풀어 살렸다'는 증거로 등이 절묘하게 꺾이듯 세 번이나 굽어 의아할 만큼 희한한 모습이다. 등걸이 반쯤 비어 치료받고 누워 애달파하는 모습은 곧게 선 직선미 보다 곡선미를 은은히 풍겨 '노매(老梅)'라 하니 그 보다 '고매(古梅)'라 부르는 이가 많단다.
그럼 고매를 분류하니 최고의 매화로 '고매(高梅)', 아픈 역사의'고매(苦梅)', 연고가 있다'고매(故梅)', 나무이기에'고매(枯梅)', 홀로 서있다 해서'고매(孤梅)'라 한다.
신기하고 단아한 맵시에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겠지만 난 이 매화나무를 볼 때마다 경기 전의 특성과 매화나무의 굽혀진 모습을 감상한다. 때 늦은 눈이 내려 매화 꽃잎 위에 사뿐히 앉았다. 모란이 부귀를, 연꽃이 군자를, 난초가 군자와 귀녀를, 국화가 은일 자를, 해당화가 신선인데 비해 백미고사(白眉故事)의 매화가 일품이다.
매화나무 새 가지에 꽃눈이면 잎은 반들반들하고, 잎눈이면 거칠어 구분이 된다. 꽃은 2월에 잎보다 먼저 백색, 홍색으로 잎겨드랑이에 피는데 향기가 짙다. 꽃받침은 둥글며 꽃잎은 달걀 모양이고 모두 털이 없다. 수술은 많으며 꽃잎보다 비교적 짧다. 6월에 익는 매실은 음식물의 독, 핏속의 독, 물의 독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어 한방서 오매(烏梅)라 처방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잘 자라지만 그 중에 먼저 조선 효종(1637)때 명나라에서 세자가 가져와 부여 백강 주변에 심어 12월 동지 때 핀다는 동지매(천연기념물 제105호)가 으뜸이다.
지리산 단속사지에 550년 된 인재 강희안(1419-1464) 심었다는 정당매(政堂梅)도 있다. 그리고 서울 창덕궁의 만천홍매(萬疊紅梅)는 선조 때 것이며 선정전의 와룡매(臥龍梅)가 홍매와 백매가 현재의 서울 송파구 매화나무길(1-4길)을 탄생케 했다.
다음은 고송 팔매는 송매원을 짓고 안방준(1573-1654)이 심었다. 안동의 도산매는 퇴계 이황(1501-1578)초막을 짓고 매화를 처로 학을 자식으로 삶아 매화 단일로 백여 시가 남았다. 그리고 죽림정사에 고매(古梅)와 하회마을의 서애매로 600년간 고택을 지키고 있었다.
그 다음엔 관악산 선바위의 장군매다. 또 우리나라 삼대 사찰인 송광사의 송광매. 영취산 통도사의 자장매. 지리산 산청 도천서원의 노산매. 조계산 선암사의 선암매 등이 특성의 매화로 유명하다. 이들은 그곳의 특성과 심은 이의 호와 지역의 명을 붙여서 불렸다.
매화의 은은한 향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경기 전의 매화이니 등이 절묘하게 꺾이듯 세 번이나 굽어 의아할 만큼 희한한 모습! 이는 왕실의 한으로 심었고 우리민족의 혼으로 가꾼 나무다. 그러기에 조선 전통문화를 단편적 역사 지식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새로운 맥락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의미로 경기 전을 찾고 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쾌거의 기념으로 '경기매慶基梅'라 불러도 손색이 조금도 없다고 본다.
*수필가 신진탁씨는 전북숲해설협회장·숲생태지도자협회장·국제PEN 전북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토향''금강산아''노을빛 닮아 튀는 얼굴''해녀'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