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와 참모의 길

▲ 김성중 편집국 부국장
김승수 전라북도 정무부지사가 26일 사퇴했다. 그의 사퇴가 지역 정가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도내 정치권에서는 김완주 지사가 3선 도전의 뜻을 굳히면 최측근 참모인 김승수 부지사는 개인적 정치 진로 선택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1998년 김완주 전주시장 후보 수행비서로 출발해 15년간 공동운명으로 살아온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의 사퇴는 그런 의미에서 '김승수 기초단체장 도전=김 지사 3선 도전 포기설'과 맥을 같이 한다.

 

김 지사의 참모 김승수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겸손하며 성실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같은 평은 그가 참모로서 악역보다는 호감을 받는 역할을, 음지보다는 양지를 걸은 데서 비롯된다. 스물아홉 나이에 김 지사 보필을 시작한 그는 전주시 비서실장, 전북도 비서실장, 대외협력국장, 정무부지사로 승승장구했다. 전주시장 후보를 수행하던 그가 불과 15년 만에 전북도청 2인자까지 초고속 승진하는 데는 김 지사의 믿음과 배려가 자리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보다 더 깊은 정치적 동지였지만 이번 사퇴를 계기로 이제 다른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단체장 도전 등 김승수의 향후 정치 행보에 많은 우려가 따른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정치적 선택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 치더라도 그의 참모 인생을 되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70% 가까운 도민이 김 지사의 3선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더 이상 김 지사에 도정을 맡길 마음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여론은 김 지사가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LH유치, 삼성 새만금 투자, 프로야구 10구단, 전주·완주통합의 실패 등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에 따른 것이다. 김 지사의 낮은 도정 만족도에 대한 책임은 지사 뿐 아니라 영욕을 함께한 최측근 참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게 옳다. 주군과 참모는 공동운명체로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김승수의 단체장 도전설은 그런 측면에서 수긍하기 힘들다. 물론 평소 거취를 묻는 주변인에게 '유학을 가겠다'는 김승수의 대답에서 나아감과 물러섬에 대한 고뇌도 엿보인다.

 

김승수가 그동안 익히고 배운 각종 내공은 김 지사 15년 정치의 복제판이다. 20대 참모를 도청의 2인자로 끌어올린 사실만 보더라도 두 사람의 코드는 일치한다. 따라서 김 지사 퇴진과 연동된 김승수의 정치적 도전은 생물학에서 종의 퇴화를 초래하는 '동종교배'와 다름없다. 동종교배의 폐해는 정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종교배는 새로움과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흐름에도 역행한다.

 

김승수의 최근 언행도 곱씹어봐야 한다. 그는 사석에서 여러 차례 김 지사 3선 불출마를 시사해왔다. 그의 발언은 '불출마 조기 표명 시 레임 덕 가능성'을 견지하는 김 지사에 대한 부정이자 도전이다. 정치적 셈법의 작동과 참모로서의 도덕성을 의심받는 단서다. 심지어 그는 민주당 소속 도지사를 모시면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려 안철수 측 인사와도 접촉했다. 정치적 금도를 저버린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먼저 인간이어야 한다'는 김승수의 좌우명은 웬지어색하다. 그보다 더 해묵은 인연과 경륜이 있는데도 자신의 영달보다는 김 지사를 끝까지 보좌하려는 또 다른 최측근 정자영 비서실장의 태도는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참모 김승수가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먼저 김 지사 16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런 뒤 김 지사의 공과를 거울삼아 자신만의 정치 식견과 역량을 갖춰 정치에 임하는 게 순리다. 전도양양하길 바라는 그에게 세상 참모들이 한번쯤 읽을 만 한 책 '위험한 충성'(에릭 팰턴)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