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젊은이들이 자살했다는 TV 뉴스 소식을 접한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끈기가 없다"시며 혀를 끌끌 차시곤 한다. 당신들이 젊을 당시에는 이보다 더한 환경에 처해 계셨음에도 꿋꿋이 버텨 나가셨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참으로 유능하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이 땅을 개척해 우리에게 지금의 풍족한 환경을 준 점은 감사하기까지 하다. 그토록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준 그들은 분명 강인하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이 좌절하는 것은, 그들이 진정 나약해서만은 아니다. 지난 21일, 소설 '은교'의 저자 박범신 작가가 전북대학교를 방문해 특강을 열었는데, 이날 특강에서 그는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주문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의 젊은 세대들은 절대적인 빈곤을 겪는 상황에서 그러한 빈곤을 극복하라는 강력한 사회의 명령을 받고 있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러한 시대적인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길이 끝나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즉 젊은이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이다. 기성세대들은 비록 너무나도 척박하고 빈곤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당장 내가 없으면 내 가족, 멀리는 다음세대 사람들이 굶거나 계속해서 빈곤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이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당장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보다 쉬이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유능한 기성세대들이 이미 풍족하게 만들어 놓은 사회 속에서 '당장 내가 없어도 사회는 잘 돌아가겠지'라는 절망에 빠져 산다. 그리고 자기보다 잘난 경쟁자들을 보며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여기에다 과한 등록금과 실업난 속에, 스스로가 주변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좌절과 자살문제를 단순히 그들의 '나약함의 문제'로만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시대적인 딜레마라 보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 젊은이들에게 지금보다 강해지라며 비난하고 채찍질하기 보다는, 공감과 이해로 사회 전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편으로 젊은 세대들은 행복을 배워야 한다. 시대적 요구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좌절감이 들 때는 그게 무엇이든, 뭐라도 해보면 되는 것이다.
박범신 작가는 이날 특강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젊은이조차 늙은 내가 보기엔 얼굴이 환히 빛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들 하나하나는 그저 존재만으로도 환히 빛나는 20대이다. 깊은 고민과 좌절을 하는 그 시간조차도, 우리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지금의 20대는, 보다 행복해 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