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 학폭기재 입장전환 안팎

"뉘우치면 졸업전 삭제" 인권위 권고 영향 / "학생인권 침해 길 열어놨다" 스스로 질책

▲ 29일 전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김승환 교육감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겠다고 밝힌 김승환 교육감의 자세는 이전에 비해 매우 전향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김 교육감은 교육부의 훈령이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들의 있을 수 있는 실수에 주홍글씨를 새길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해 왔다.

 

지난해 2월 26일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훈령으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해,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사실을 기재하고 이를 해당 학생의 대입 또는 취업 전형자료로 제출하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은 이를 거부하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해학생을 징계하되,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을 받는 경우에 한해 별도의 기록부에 기록하고, 이 경우에도 학생 본인과 학부모의 동의가 없는 한 외부의 조회에 응하지 말도록'하는 지침을 각 단위학교에 시달하기에 이른다.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훈령은 가해학생을 이중처벌하라는 것이다. 또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그 결과, 교과부와 심각한 갈등이 시작됐다. 전북도교육청의 일방적인 매맞기가 시작된 것이다.

 

교과부는 특별교부금을 매우 적게 배부했을 뿐더러 두번에 걸쳐 특정감사를 강행, 훈령을 이행치 않은 전북도교육청 간부들을 특별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의결하고, 일선교장들에 대해 도교육감에게 중징계 의결을 요구함과 동시에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북도교육청도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버텼다.

 

새정부 들어 교육부는 7월 종전의 학폭 종합대책을 수정한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가해학생의 졸업 후 2년이 경과하면 학폭 사실을 삭제하고 2년이 경과하지 않더라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 이후 7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학폭 학생부 기재 운영방식은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되며, 따라서 잘못을 뉘우치는 모범적인 생활이 가능할 경우 졸업전에 위원회 등의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도록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김 교육감의 이번 학폭기재 방침 발표에도 이같은 인권위의 권고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이번 전향적 방침을 발표하면서 김 교육감은 "앞으로의 교육행정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겠다. 교육부와의 갈등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거듭 강조, 주목을 받았다.

 

한편으로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 침해의 길을 열어놓는 부끄러운 일을 하게 됐다. 앞으로 전북교육청 지침의 시행으로 인해 발생되는 학생인권의 침해와 관련해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되는 모든 법적 쟁송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소신을 접고 학폭기재를 허용한 자신을 질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