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조차 망설여지는 뜨거운 여름날씨가 가고 선선하 초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주말을 하루 앞두고 더위를 피해 한 주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힐링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으로 금요일을 맞이한 사람에게 전북의 신비의 섬, 그리고 서해바다의 끝 섬 어청도 여행을 강력 추천한다.
어청도는 우리나라 서해바다의 끝, 아름다운 섬에서의 1박 2일, 등대, 일몰 그리고 안개 낀 둘레길의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행복한 섬 여행지다. 아울러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바다의 온전한 모습이 살아있는 곳이다. 붐비거나 방해하는 사람 없이 그 모습 하나하나 여유롭게 가슴에 담아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더위에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힐링 섬 여행지인 셈이다. 이번 주말, 배 위에 섬 위에서 지친 마음을 맡겨보길 바란다.
△서해바다의 끝 어청도를 아십니까?
어청도는 우리나라 서쪽 끝에 있는 작은 섬이다. 상주인구가 600여명, 평일에는 하루 1차례 주말 하루 2처례 왕복하는 여객선이 운항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섬으로 교통수단이 조금 불편하고 운항 시간도 편도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거리여서 지금까지는 여행코스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이 잘 보존됐고 관광지로 이름난 홍도나 거문도, 백도 혹은 쿠크다스 섬으로 잘 알려진 소매물도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요즘에는 섬 문화 탐방이 여행의 백미로 등장하면서 어청도에서도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을 조성하고, 유람선을 운행하는 등 관광개발에 힘쓰고 있다.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또 군산에서 어청도까지 1시간 반 안에 운항할 수 있는 쾌속선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어청도 여행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올 것 같아 기대된다.
△서해안의 끝 지키는 등대
갈매기의 합창에 맞춰 출발한 배는 연도를 거쳐 어청도에 도착한다. 먼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어청도 등대를 찾았다. 포구에서 30여분을 걸어 섬의 반대편에 있는 등대를 가는 길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가득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섬을 찾는 이들에게 평화를 선물한다. 그런데 섬에 가득한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재선충으로 거의 모두 고사해 마음이 안타깝다. 어청도의 자연생태 복원을 위하여 동백나무, 돈나무, 후박나무들을 심고 있다고 하니 곧 푸르른 섬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청도의 등대는 1912년에 완공되었다 한다.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서해바다의 끝이다. 등대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아찔한 절벽이다. 바위들이 풍화돼 부슬부슬 떨어지고 아슬아슬하게 얹혀져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아 위태로워 보인다.
△1만 원 유람선, 일몰의 감동은 무한
일몰을 보기 위해 예약한 유람선을 타러 서둘러 내려왔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인데 가격은 1인당 만 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다. 그러나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서해 일몰의 장관을 만난다면 1만 원이라는 가격이 주는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섬의 곳곳에 해식동굴이 보이고 바다에서 바라보는 등대 모습이며, 기묘한 바위들이 석양의 햇살 아래 만들어내는 다양한 그림은 신이 조각 솜씨를 뽑내는 것 같았다.
"아…저기 예수님 바위가 있네요."
초대해주신 주신 어청도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손끝을 바라보니 마치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모습으로 커다란 바위 하나가 절벽 끝에 서 있다. 바다와 섬 그리고 일몰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어두워지는 바다 속으로 배가 미끄러져간다.
△안개 낀 바닷길에서 산책을
다음 날 새벽, 자욱한 안개로 희미한 길을 따라 바닷가 산책에 나섰다. 바닷가를 따라 다리를 만들어 산책을 하도록 만들었는데 현재는 약 1㎞쯤 만들어졌으며 앞으로 계속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개 속에서 바닷가를 따라 산책해 보신 적이 있는가? 섬 속에 섬이 나타나고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아름다운 어청도의 바닷길은 태초의 그 모습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봉우리에 올라가 일출을 보면 외연도 너머로 떠오르는 기막힌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안타깝네요."
어청도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이 야속하게만 들린다.
섬 한 쪽에 자리 잡은 어청도초등학교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처음에는 일본인들이 다니는 학교로 개교했다고 한다. 현재는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 13명이 다니는 작은 학교지만 과학실, 컴퓨터실에 골프연습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후박나무로 둘러쌓인 예쁘고 아담한 모습이다. 이곳 아이들은 매일 어청도의 바다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있을까? 어청도의 매력을 둘러보고 나니 새삼 아이들이 부럽다.
※신운섭씨는 네이버에서 singuji로 활동하고 있는 전라북도 사진 블로거. 현재 완주봉서초 교장으로 재직중이며, 2013 전라북도 명예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