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강시장의 발언은 일단 폐쇄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광주공항에서 군 공항만 따로 떼어내 군산으로 보낸 후 민간공항으로 존치시키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광주 군 공항은 당초 호남권 거점 공항으로 무안공항이 들어설 경우 민간공항 기능을 이전한 후 폐쇄할 계획이었으나 광주시가 반대하는 바람에 그동안 유지돼 온 상황이다. 물론 강시장의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나 자체적인 추진과정에서의 논의 사항에 불과 할 뿐 당장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의적이든 고의적이 아니든 강시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는 광역 자치단체장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정적 망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군 공항 이전 문제는 단순히 지역에 국한된 단순개발사업이 아니다. 적어도 국가 방위계획과 지역 균형개발 차원에서 연계 검토가 이뤄져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그런 사안을 일개 광역자치단체장에 불과한 강시장이 이러쿵 저러쿵 자기 주장을 내놓고 '강력 추진' 의지까지 표명했다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지 심히 궁금하다. 더군다나 같은 민주당 출신으로서 전북지역 정치권이나 자치단체장끼리의 사전 협의나 조율조차도 전혀 없이 뒤통수치듯 이런 발언을 쏟아 낸 건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아니고 전북 도민들을 우습게 본 오만불손의 극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소식을 뒤늦게 접한 정치권이나 도민들의 반응은 매우 격앙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장이 옮기라고 하면 옮겨지는 것인가?" "민주당 출신 단체장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나" "자기 지역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남의 지역 희생을 걸고 넘어지는 태도가 온당할 수 있는가" 등이 정치권의 거친 심기 표출이다. 한 네티즌은 호남 소외론을 들어 중앙정부에 낙후지역 우선 지원을 외치고 있는 광주·전남이 호남지역에서는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민주당 깃발만 내세우면 죽기살기로 표를 몰아줬던 도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전북을 폄훼하고 얕잡아 보는 발언들이 광주·전남쪽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던게 사실이다. 그때마다 전북 정치권은 딱 부러진 대응없이 그저 적당주의로 넘겨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그래서 오늘과 같은 상상할수도 없는 봉변(?)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강시장은 전북도민들이 워낙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지난 주말 슬그머니 꼬리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자치단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뿐이지 이전 대상지로 검토한 바 없고 아예 이전이 불가능한것 아니냐고 해명하고 나섰다.강시장 말대로 지역간 정서적 동질감마저 훼손할 우려가 있는 군 공항 이전문제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으며 한다.다만 '짖는 개를 돌아다 보고'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은 기억에 담아둬야 할 것이다. 잠잠 하다가도 느닷없이 광주· 전남에 뒤통수 맞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피차 관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우망월(犀牛望月)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코뿔소가 달을 바라본다'는 뜻의 이 말은 어떤 현상을 제대로 보거나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일의 앞과 뒤, 겉과 속을 구별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이번 강운태 시장이 딱 그짝이 아닌가 싶다. 전북도민들이 김제공항이 지지부진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공항 구실을 하고 있는 군산공항마저 앞뒤 못가리고 넘보다가 괜한 풍파만 일으킨 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