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산동 골목전쟁 현장] '골목길 차단' 놓고 주민 갈등 심화

기존 주민들 쓰레기 투기 / 연립주택 입주자들 불만 / LH 측 통행로 차단 강행 / 행정 중재 나섰지만 무산

▲ 전주시 중화산1동 강당2길 35-57번지 앞 골목길. 주민이 차단 갈등을 겪고 있는 골목길 입구를 가리키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골목길을 두고 주민 간에 큰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되는 길은 전주예수병원 맞은편에 있는 중화산1동 강당2길 35-57번지 앞 골목길. 이 골목길은 주택 지역 주민이 인근 화산교회와 화산초등학교 방향으로 가기 위해 사용해오던 통행로다.

 

갈등의 시작은 이 골목길 앞쪽에 있는 LH공사가 분양한 보금자리주택인 '더 푸른채 연립주택(이하 연립주택)'에 올 3월부터 주민이 입주하면서부터다.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 주민들이 연립주택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고, 인근 주차장에서 세차하면서 불만이 생겨났다는 게 연립주택 주민들의 주장이다. 연립주택 입주민들이 쓰레기 투기 금지 등의 알림판과 CCTV를 설치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그러던 지난 8월 연립주택 입주자 전원이 LH 측에 골목길 입구 차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에 LH는 이달 15일 골목길을 차단하는 공사를 강행했고, 이를 주택 주민들이 막으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주택 주민들은 '연립주택 신축 당시 시공사 측과 주민들 간에 통행로를 확보하기로 합의한 만큼 통행로를 차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된 골목길은 주택 주민들이 소유한 대지를 조금씩 내놓아 만든 통행로로, 골목길 입구가 차단되면 반대 편 길로 우회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 길은 경사가 높고 겨울철엔 꽁꽁 얼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방차와 응급차가 진입 자체가 어렵다 보니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갈등이 지속되자 전주시 중화산1동 주민센터가 24일 주민대표 간 간담회를 마련,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간담회에는 주택 주민들만 참여,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간 감정의 골도 깊어 화해의 가능성도 매우 낮다.

 

LH는 대화를 통한 해결방안 모색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택에 40년 넘게 산 주민 최기자(72) 씨는 "골목길 입구를 막으면 우리는 도심 한복판에 고립되는 셈인데 어떻게 생활을 하겠냐"며 "CCTV 설치한 후에는 마을 인심마저 사나워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이 일대는 국토해양부 3단계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선정된 상태로, 내년부터 4개년 계획으로 개선을 추진을 앞두고 있다"며 "다만 정식 도로가 개설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안에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