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문장

▲ 이 소 애
'노인과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 테라짜는 쿠바 작은 어촌 코히마르에 있다. 칵테일 모히토를 마시려고 나는 노인이 되었다. 큰 물고기 가시처럼 삐걱거리는 뼈를 품고 파도가 해안에 부딪쳐 발광할 때 나는 소라처럼 귀를 열고 책을 읽었다.

 

에너지는 빛을 통해 청각으로 진동한다. 파장의 몸짓을 뇌가 먼저 알고 시련과 극복의 상처를 소리로 글을 들었다.

 

파도는 제각각 언어들을 물고 소리로 문장을 만든다지. 나의 어둔 시력과 청력을 위하여 바다는 크게, 그리고 더 크게 엎드려 발버둥 쳤다. 상어 이빨이 글자를 뜯어먹은 공간에 갈매기 똥이 마침표를 찍는 바다의 책. -2013중산문학상 수상작

 

*이소애 시인은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시간에 물들다'와수상집'보랏빛 연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