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화려한 숫자 이면의 현실은 어떨까? 먼저 2012년 부품소재 대일 무역역조는 3년 연속 200억불을 넘겨 222억불에 달하고, 수입의존도는 23%로 여전히 높다. 두 번째로 부품소재 무역흑자의 질도 의문이다. 작년 부품 소재별 무역흑자를 보면 전자부품(348억불), 수송기계부품(200억불), 화합물 및 화학부품(160억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자부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IT 부품이 많을 것이고, 수송기계부품이나 화합물 및 화학부품은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공장에 대한 수출이 상당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 국가적으로 육성해 왔던 중소중견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덧붙여 기존 거래기업과의 수직계열화 해외매출이 아닌 핵심기술을 가지고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수출 비중은 얼마일까? 정확히 따져보진 않았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듯 하다. 일진제강은 2012년부터 심리스강관 제조공장을 임실에서 가동하고 있다. 심리스강관은 에너지, 발전, 플랜트, 조선/해양, 자동차, 중장비, 산업기계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소재로서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 Oil & Gas산업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1조원 정도가 수입되었고, 대일무역 역조 10위권 품목으로 국산화가 시급했던 제품이다.
일진제강이 국산화를 위해 대규모투자를 발표했을 때, 많은 수요가들과 정부가 환영을 해 주어 제품 양산까지 큰 힘이 되었었다.
하지만 국산화에 대한 격려와, 실제 제품구매 의사결정은 달랐다. 국내 수요가들은 국산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적용실적(Reference)과 외산 제품보다 더 엄격한 시험결과 및 신뢰성을 요구했고, 외국경쟁사들은 가격을 내려 국산화를 방해했다. 이제 막 투자해서 공장을 가동하고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업체가 어떻게 실적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처음 기대했던 반응과 실제가 너무나도 달라 필자 또한 많이 당황했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업체들은 오히려 한국 최초 심리스강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초기제품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제품구매와 성능테스트를 해주고 있어, 현재 공장운영이 가능하다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핵심기술이 필요한 부품소재는 투자금액이 크고 투자회수기간도 길다. 때문에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수요 대기업과 정부, 중소중견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수요 대기업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국산화한 부품소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동반성장의 관점으로 제품을 적극적으로 채택해 줄 필요가 있다. 산업의 뿌리인 부품소재 중소중견기업들이 없다면 완성품 대기업들도 좋은 과실을 맺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개발단계부터 수직계열화가 아닌 동등한 관계를 인정하여 협업해야 한다. 부품소재기업들이 글로벌화 되지 않고 한 업체에만 의존한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고 능동적 기술개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부품소재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규모를 키워 국제화 능력과 제품개발력, 투자능력을 배양하여 부품소재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심기술을 가지고 국산화하는 제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부차원의 적용실적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계획중인 "제 3차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에 생색내기 성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포함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