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주 근영중 무궁화쉼터.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한·일 교류 수업이 열린 이날, 비행기를 타고 1587㎞를 날아온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진별소학교 사토 토모히로 교사와 혼베츠추오 중등소학교 요시다 준이치 교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이는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이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동북아평화공동체 건설을 위해 열고 있는 학교 간 방문수업으로, 서울을 제외하면 전주 근영중이 유일하다.
사토 토모히로 교사의 이날 수업은 7만여 명의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감금된 아바시리 형무소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통역은 조은경 교사가 맡았다. 그는 "탄광이 유독 많은 아비시리에 끌려온 한국인들의 삶은 처참 그 자체였다"면서 "그들은 간신히 누울 수 있는 비좁은 방에 수감 돼 하루에 한 끼, 많으면 두 끼에 밥·된장국만 먹으면서 새벽 5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공항 건설을 위한 피 말리는 현장에 투입됐으며, 수감자 중 70~80%가 전염병에 걸려 싸늘한 주검이 됐다"고 했다.
뒤이어 요시다 준이치 교사는 "북부 홋카이도와 북방 섬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이 그동안 일본 당국에 의해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다"면서 이를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연장선으로 바라봤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홋카이도 개발이란 미명 아래 아이누족의 생활권을 빼앗고 고유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억압한 결과 에도시대 수십만 명이던 아이누족은 2만여 명 가량까지 줄었다.
지난 7월 일본에 교환수업을 다녀온 조은경 근영중 교사는 "한국하면 한류 가수와 드라마만 아는 일본 학생들에게 자국 식민사의 어두운 그늘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