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의 전북동화중 3학년에 다니는 원희(16·가명)는 2년 전 이 학교로 전학왔다.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살림이 어려워지자 원희를 10년 간 위탁기관에 맡겼다. 원희는 아버지와 중학교 1학년 때 재회했다. 그 사이 원희는 결석을 일삼고 남의 물건에 손대는 '위기 학생'이 됐다. 동화중 교사들은 그런 원희에게 말을 붙이고 다독였다. 운동에 소질을 보인 원희에게 체육교사 출신인 박병훈 교장은 복싱을 권했다.
그 결과 원희는 올해 소년체전 복싱선수 전북 대표로 출전했다. 어느 순간 원희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원희의 꿈은 전북동화중 교장이다.
원희를 변하게 한 전북동화중은 도내 유일한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일반 고교에서 여러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여러 차례 전학 끝에 찾아오는 마지막 보루다.
2010년 폐교된 옛 태인여중에 자리잡은 동화중은 학년 당 40명(20명씩 2학급)의 학생을 두고 있다. 개교 때 34명이 입학했으나 현재 100여 명이다. 학기 도중 학생들이 수시로 전학을 오기 때문에 학생수를 꽉 채워두지 않는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폭력, 흡연, 음주 등의 꼬리표가 붙은 개성 강한 아이들이다. 곧잘 욕설을 하며 거칠던 아이들이 이 학교에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교장의 설명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요. 체험학습을 통해 수업에 관심을 갖게 하죠. 학교 안 '동물동장' 보이시죠? 아이들이 직접 개와 닭을 키웁니다. 공예 수업도 열심히 합니다. 학교 앞 '오두막'은 학생들과 선생님이 직접 지은 거예요."
'인성교육'을 모토로 학생들의 흥미와 성취감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는 동화중에서는 오전엔 일반 교과목, 오후엔 텃밭가꾸기와 동물농장 등 체험학습, 관악기·플로어볼(하키형 스포츠) 등의 특성화교육이 이뤄진다.
처음엔 '학교가 다 똑같지, 뭐' 하던 아이들도 자신의 관심사에 눈을 돌리면서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결과 지난해 교육장관기배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플로어볼에서 창단 2년 만에 준우승,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는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은상을 수상하는 성적표를 내놨다.
동화중이 일반 학교와 가장 다른 점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다. 교사 14명은 학생 100여 명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라온 가정환경은 물론 습관, 이상형까지 꿰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이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 학교 김재준 인성인권부장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에 왔던 학생 중 90%는 상황이 나아져 고교에 진학해 적응 중이다.
하지만 10%는 홈스쿨을 하거나 학교를 오가며 수업을 받는다. 교사들이 이런 개성 강한 아이들을 상대하기가 벅찰 때도 있지만, 아이들을 다그치진 않는다. 학부모들도 "선생님들이 아이를 끌어안아주니까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동화중은 전북 지역 학교부적응 학생들의 어깨를 감싸안아주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고 동화중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이미 전북에는 민간 대안학교들이 운영중이지만 아직은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문제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안착하지 못한 채 중도에 낙오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성적 지상주의와 학교 폭력이 사그라들지 않는 한 부적응 학생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병훈 교장은 "먼저 학교 내에서 경쟁이 아닌 인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면서 "대안학교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