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내 귀는 자꾸 가렵다
피부를 스치고
귀를 간질이는 소리
두터운 시간을 깨우는 바람은
결 고운 너를 닮았다
언젠가 무심한 듯 스쳐가던 네 손길이
바람 속에서 자라나
잊힌 감각을 건드리는 것인지
움켜쥔 것들 슬며시 놓이고
나의 미세한 돌기들 바람에 환호한다.
속살 같은 바람이 불고
바람 속 네 손길이 느껴지면
너에게로만 열린 내 귀는
가렵고 또 가렵다.
*조경옥 시인은 1997년 <시와 산문> 으로 등단. 시집 <그곳이 비어있다> <말랑말랑한 열쇠> 가 있다. 말랑말랑한> 그곳이> 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