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가렵다

▲ 조경옥
너의 빈자리가 불렀을까

 

바람이 불고

 

내 귀는 자꾸 가렵다

 

피부를 스치고

 

귀를 간질이는 소리

 

두터운 시간을 깨우는 바람은

 

결 고운 너를 닮았다

 

언젠가 무심한 듯 스쳐가던 네 손길이

 

바람 속에서 자라나

 

잊힌 감각을 건드리는 것인지

 

움켜쥔 것들 슬며시 놓이고

 

나의 미세한 돌기들 바람에 환호한다.

 

속살 같은 바람이 불고

 

바람 속 네 손길이 느껴지면

 

너에게로만 열린 내 귀는

 

가렵고 또 가렵다.

 

*조경옥 시인은 1997년 <시와 산문> 으로 등단. 시집 <그곳이 비어있다> <말랑말랑한 열쇠>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