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문화적 자산이 많은 도시다. 전통문화 뿐 아니라 각종 장르의 예술이 빠짐없이 갖춰져 있고 그 층도 제법 두툼하여 시행착오 없이 받쳐줄 대안 계층도 즐비하다. 이 유·무형의 문화자원들이 한옥마을의 활황과 더불어 날개를 단 듯 도시에 활력을 안겨주고 있다. 같은 전라북도 안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그 현상은 단연 독보적이다. 남원과 정읍의 경우 시를 구성하는 최소 인구도 이미 무너져 있고, 김제는 마치 서울의 문화예속지인 경기, 인천 지역을 연상시킨다. 익산과 군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관심과 투자가 가해져야할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익산은 고도 르네상스라는 좋은 동력을 가지고 있고, 군산은 새만금과 근대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군산근대문화유적지를 제외하고는 실체가 없다. 새만금은 내해 쪽은 허허벌판이고 바다를 사이로 개설한 방조제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을 뿐이고, 익산의 경우 미륵사지는 동탑만이 절 마당에서 외로움을 키우고 있고, 왕궁 또한 5층 석탑 이외는 왕궁터의 표식만 남아있고, 서동의 생가도, 마룡지도 방치되어 있다시피 하다. 백제문화단지를 신축하고 궁남지 주변에 대단위 연꽃단지를 조성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여와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 공약에 익산의 고도 르네상스 사업과 새만금 사업이 포함되어 밝은 전망을 안겨주었지만 시작년도부터 애초의 약속대로 진행이 되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미래를 담보할 이 거대 사업들에 민·관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관철하고자 애를 썼는지 돌아볼 일이다.
군산의 경우 근대문화유적이 정비를 통해 조성이 되어 이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광주와 인천 등 앞서 근대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했던 도시들에 비해 투자의 규모도 관리 조직도 아쉬운 상태다. 부여 궁남지가 그랬듯이 아직은 텅 빈 새만금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군산 근대문화유적의 활성화를 꾀하려면 흡인동력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들고 체류하게 하는 장치로 전국대회 이상의 위상을 갖춘 축제나 예술제가 필요한 이유다. 마침 내년에 전국연극제가 군산에서 개최되어 새로 지은 군산예술의 전당과 근대문화유적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대회로 치러진다. 군산예술의전당에서는 전국의 대표극단들이 경선을 펼치고 진포해양공원에서는 세계 유수의 공연단체들이 정박한 선상에서 화려한 면모를 드러낼 것이다.
기회로 삼자. 군산시민들에게는 고급공연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관광객들이 국제연극제를 보러 몰려들어 근대문화유적을 접하게 하고 새만금에 가서 시원한 호흡 한번하고 군산의 맛깔난 음식을 먹게 하자. 일회성 방문에 그치게 하지 않게 매년 새롭고 놀라운 공연들이 펼쳐지는 특별한 공연예술제를 만들고 상시로 볼거리 가득한 근대문화유적지를 만들어 가자. 이것은 꿈도 아니고 투자대비 이윤을 물씬 안겨줄 군산문화의 키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한옥마을의 성공으로 문화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예를 제시한 전주 이외의 도시에 투자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