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의 몇몇 기초단체장들이 수사선 상에 올라 있다. 역대 임실군수 3명이 내리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는 데다 강완묵 전 임실군수도 최근 중도하차한 뒤 끝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역주민들로선 안타깝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확정판결 전까지는 아무리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지만 흠집은 이미 나 있다. 행정 권위나 단체장에 대한 시선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지역 이미지에 대한 타격도 크다. 이래저래 지역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인 막스 베버(1864∼1920)는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과 균형감각, 책임감을 들고 있다('직업으로서의 정치')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고 정치활동에도 투신했던 그가 이 세가지를 정치인의 기본 덕목으로 꼽은 것은 역설적으로 당시 정치 사회상황이 이 자질을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북의 단체장을 이에 빗댄다면 도덕성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민선 단체장은 거의 제왕적이다. 인사, 예산, 사업, 감사, 계약업무를 총괄하는 사령관이다. 부하직원들이나 이권에 관련 있는 사람들은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면종복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단체장은 자신을 객관화할 겨를이 없다. 비판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예 비판적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듣기 좋은 얘기를 골라 하는 사람만 가까이 한다. 사고와 가치의 동종교배다. 결국 열성인자들에 둘러싸여 귀가 닫히고 눈이 멀고 만다. 이쯤 되면 갈 곳이라고는 낭떠러지 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자질과 리더십이 관심이다. 전국 최하위권인 전북처럼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뭔가를 '변혁시킨다(transform)'는 말은 단순히 바꾼다(change)는 개념이 아니라 마차공장이 자동차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형식이나 내적 특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가치와 비전에 호소하며 조직의 의식을 한단계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리더십이다.
지난 40여년간 전북은 근본적 변화 없이 덧칠만 해왔다. 변혁적 리더십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리드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