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제2차 다문화가족 정책기본계획'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결혼 이민자, 한국인 배우자 및 자녀의 연령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결혼이민자의 연령이 상승, 20대에서 30대로 변화되고, 40대 이상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2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에 비해 국내 거주기간이 5년 미만인 이민자의 비중이 상당부분 감소한 반면에 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한 이민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민자들의 한국 거주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한국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기 정착자들에 비해 5년~10년 이상의 장기거주자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더 크게 호소를 했고, 가족 간의 갈등도 커져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가족의 갈등은 이혼과 별거 등으로 이어지면서 가족의 해체를 증가시키고 있다. 다문화 가족 갈등 치유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한 때다.
△다문화 가족 이혼 지속적 증가세, 원인은?
다문화 가족의 이혼율은 하락세와 증가세가 해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큰 차이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라북도 결혼이민자의 이혼율은 2004년에 64건에 불과했던 이혼 건수가 2008년에는 35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후 2009년 333건으로 하락하는 듯하다가 2011년 397건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2012년도에는 341건으로 2008년 보다 이혼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의 하락세와 증가세가 해마다 바꿔가며 나타나고 있어서 2012년도 이혼건수 하락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뚜렷한 현상은 전국의 이혼율 증가와 동일하게 맞물려서 이혼하는 이민자의 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의하면 결혼이민자의 이혼·별거에 대한 사유가 잘 드러나고 있다. 이혼·별거의 이유로 성격차이가 48.1%였고, 경제적 무능력이 20.7%로 나타났다. 그리고 남편의 한국인 가족과의 갈등도 7%로 나타났다. 학대와 폭력, 음주와 도박 등도 이혼사유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인 배우자인 남편 등이 느끼고 있는 결혼이민자와의 이혼·별거 이유는 결혼이민자가 느끼는 것과 조금 다르다. 결혼이민자의 가출로 인해 이혼·별거를 한다는 응답이 32.8%로 가장 높았고, 성격차이가 30.9%,로 나타났다.
△다문화 가족 문제는 언어소통 부족이 원인
가족 간의 갈등과 부부싸움은 다문화가족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내국인만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경우에도 성격차이로 인해 고부간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다문화가족이나 비다문화가정이나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갈등은 상호간의 양보와 수용 그리고 무조건적인 용납 없이는 그 치유와 회복이 어렵다. 그런데 다문화가족의 경우 부부싸움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요한 이유가 성격차이 등에만 있지 않다.
언어소통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것이 주요한 부부간의 싸움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다문화가족 부부는 문화적인 가치관 등에 의해 부부싸움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언어소통과 문화적인 차이 등은 다문화가족의 갈등을 증가시키고 해체까지 이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의 해체를 막기 위해서는 비다문화가족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성격차이 등의 극복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과제이고, 상대방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혼자의 힘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상담과 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 적극 참여로 갈등 치유해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는 다문화가족의 소통을 위해 통역자를 통한 부부갈등 상담과 아버지 교육, 부부관계 개선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족의 소통과 갈등 극복과 가정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가족관계 프로그램에 다문화가족들은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다. 가족 간에 갈등이 일어나면 이것을 적극적으로 치유하려하기 보다는 그냥 덮어두거나 숨기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에서 온 쩐티탐(가명)씨는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여러 해 동안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외부에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남편은 쩐티탐씨가 다니는 직장에까지 전화를 하며 괴롭히자 어쩔 수 없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폭력피해 등 극심한 피해가 아니더라도 부부간의 다양한 갈등의 문제들은 드러내고 치유하려는 시도보다 덮어두고 쌓아놓는 현상들이 다문화가족 내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들 삶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는 성경에서는 '부부의 인연은 인간이 스스로 끊어서는 안된다'라고 기록하기도 한다. 부부관계 중요성을 여러 고전을 통해 이미 수차례 얘기하고 있지만, 인간의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변호적이며 타자에 책임전가하려는 경향성은 지금까지도 한계와 숙제로 남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해체방지를 위해서는 당사자 뿐만이 아닌, 우리 주변의 여러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당사자인 다문화가족은 스스로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자기 노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먼 타국에서 건너와서 결합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한 결혼 초창기의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간직하여 가정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 홍성란 亞이주여성센터 사무국장 "부부싸움은 모두 상처 양보가 최고의 치료제"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의하면 남성들이 이주여성과의 결혼생활에서 이혼을 결정하는 주요 이유가 여성의 가출이라고 하고 있는데요. 이주여성들이 가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주여성이 가출을 할 때엔 뭔가 가슴에 사무치는 아픔이 있기 때문에 남편과 갈등이 벌어지는 그 장소를 일단 피하고 싶은 심정이 강할 것입니다. 가출은 그 충돌의 현장으로부터 피하려는 하나의 몸부림입니다. 보통 부부간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되면 여성에게는 친정이 안식처이고 피난처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이 친정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부부문제가 발생하면 멀리 비행기를 타고 친정에 갔다가 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주여성은 가출을 통해 친정을 대신하려는 위로처를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죠.
-남성들이 가출에 대해 상당히 큰 비중으로 생각하는 것은 왜 그렇까요?
△가출을 하게 되면 일단 남성이 불편해집니다. 손수 밥도 해 먹어야하고, 빨래도 해야 합니다. 자녀가 있을 경우 애들을 돌봐줘야 하고 기타 잡다한 일을 다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남성의 경우 여성의 가출이 삶이 여러 부분에서 불편함을 가져오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분노가 더 가중될 수가 있습니다. 낮에 직장 일에 지쳐 집에 돌아온 남성은 여성이 없는 환경에서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그에 따라 분노의 감정이 증폭됩니다. 남성들에게 이주여성의 가출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문화가족 서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갈등의 원인은 '누가 선제 공격을 했는가'와 '정도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주여성은 대학생 정도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적지 않은 연령대의 남성들과 혼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결혼 초보자로서 낯선 언어와 문화, 낯선 남자와 그 가족들로 인해 여러 혼란을 겪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도 동일할 수 있습니다.
갈등에서 상처받는 자는 쌍방 모두입니다. 양자는 상호간에 양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용서가 필요합니다. 용서는 어떠한 단단함도 녹일 수 있는 힘이고 치유의 약입니다. 문제가 발생되면 해 넘어가기 전에 먼저 용서를 구한다면 문제는 손쉬워집니다.
이지훈(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