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맛 안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누더기 벽면·흐릿한 조명…시설 노후 심각

▲ 투명테이프로 지지대를 얼기설기 붙여놓은 시각장애인 안내 손잡이.

8일 201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건물 입구에 다가서자 식당의 음식냄새가 먼저 밀려온다. 이어 기념품 판매장을 지나자 1층 모빌서예전이 열리는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인근 주전시장에 들어서자 작품이 걸린 하얀 벽면은 누더기처럼 곳곳이 얼룩졌고 노후화된 조명은 흐릿해 작품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을 따라 설치된 시각장애인 안내 손잡이는 중간 지지대가 떨어지거나 고정되지 않아 흔들흔들거려 투명테이프로 지지대와 손잡이를 얼기설기 붙여놓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이 시설노후화로 제역할을 못하는 현장 모습이다. 대대적인 보수와 함께 공간 재배치가 이뤄져야 도내를 대표하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예술계의 목소리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은 3개층 2083㎡ 규모에 메인홀과 1·2·3실로 구성돼 있다. 지역예술계는 전시장이 건립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시설노후화가 심각해 도내 전시문화를 하향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시설보수의 경우 전북도가 수탁운영하는 학교법인 예원예술대에 연간 운영비로 지급하는 38억5000만원 외에 따로 예산을 책정한다. 올해는 장비 위주로 8억 5000만 원을 집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10억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모악당 지붕 방수시설과 장비를 중점적으로 보수할 계획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관람객 김모 씨(31·광주시 화정동)는 "조명이 제대로 비추지 않아 하얀 종이 바탕의 검은 먹 글씨가 반사되고 작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 관계자도 "오래된 할로겐 등이 전시작품과 맞지 않아 어떤 부분은 흐릿하게 보이며, 벽면의 페인트칠이 벗겨진 곳이 많아 고장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볼 수 없다"며 "불필요한 공간을 재배치하고 전시장에 맞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리모델링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에 참여했던 A화랑 관계자도 "좋은 공간인데 조건이 열악하다"며 "작품 특성마다 조명을 달리해야 하는데 소리문화의전당은 그럴 수 없고, 그림을 걸 때도 와이어(줄)만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큰 그림은 전시하기 어려운데다 감상의 격도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전북도와 소리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예산의 한계로 순차적으로 보수를 하고 있다"며 "대관하는 측도 주의사항을 지켜주면 훼손이 덜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