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소통

우리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로 알고 있다. 누구든지 쉽게 익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문자다. 24개의 자모를 결합해 낼 수 있는 소리가 이론적으로 무려 1만1000개가 넘는다. 실제로도 8,700개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으니, 거의 모든 소리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글이 세계 수천가지 문자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것은 우리의 주장만이 아니고 세계 과학자들이 인정한 결과다.

 

세계문자학자들이 모인 세계문자학회라는 것이 있다.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쉽고, 또 다양한 소리를 원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연구하는 단체다.

 

지난해 세계문자학회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지난 2009년 1차 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는 영어 알파벳을 비롯해 러시아와 독일 등 세계 27개 유력 문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세계문자올림픽은 각국의 학자들이 자국 고유 문자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문자의 기원,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능력, 문자의 독립성, 독자성, 실용성, 응용성 등이 심사 기준이다. 결국 다양한 소리를 문자로 쉽게 표현하고, 나아가 배우기 쉬운 한글이 문자로서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1997년 10월1일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데서도 증명된다.

 

한글은 백성과 소통하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의지가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전까지 조선의 문자는 한자였다. 백성들은 우리말을 하면서도 대부분 문자는 몰랐다. 어려운 한자를 읽고 쓸 줄 몰랐다. 상류 양반 계층만이 한자를 사용했을 뿐이다. 백성을 무식쟁이로 만들어 일방통행식 통치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지만, 중앙정부의 뜻이 백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며 원했던 것은 백성과의 소통이었다. 백성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제거하고 싶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언어와 문자 소통이 원활한 세상이다. 그러나 문자와 말이 오가는 것 자체가 소통인 것은 아니다. 세종은 그런 소통을 원하지 않았다. 백성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을 원했다. 지금 정치권과 정부는 '소통'에 충실한가.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