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 정군수
순백의 술 한 잔이 목줄을 타고

 

핏줄로 흐르기 전에

 

나는 억센 팔뚝 걷고 들로 나가는

 

농군의 자식이 된다

 

흰옷 입고 죽창 메고 들길 달리던

 

호기로운 동학군의 아들이 된다

 

텁텁한 막걸리 사발 앞에서

 

어깨 껴안고 덩실덩실 춤추던

 

무명옷 입고 살아온 우리 조상님처럼

 

오늘 그리운 사람 불러내어

 

아버지의 노래

 

젓가락장단 농부가나 부를거나

 

숯불 같은 가슴 둘러앉아

 

큰 목소리로 의로운 기운 펄펄 날리며

 

네 입술 건너온 술잔에

 

친구의 노래를 담아 마신다

 

황토언덕 아카시아 하얗게 핀

 

고향 산천 흙내를 퍼마신다.

 

*정군수 시인은 계가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