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각박한 삶 속에서도 자신을 좀 더 사랑해야

▲ 신은지 전주교대신문 편집장

여느 때처럼 한 해가 가고 있다. 거리는 벌써 은행냄새로 가득 차 있고 밤에는 겉옷을 입지 않으면 추워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더위에 지쳐서 그늘을 찾고 있던 나는 어느새 차가운 아침공기 사이로 스며드는 따사로운 햇빛이 반갑다.

 

이맘때쯤이면 자신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돌아보기 마련이다. 누구나 연초는 거창하고 멋진 계획들을 세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상에 젖어들게 되면 어느새 연초의 계획들을 잊어버리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 같이 연초 때 세웠던 계획들을 떠올리게 되면 '나는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나' 와 같은 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청춘들은 말한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나는 무엇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어.' 그러나 현실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슬픔에 빠진다. 나 역시 올 한 해 동안 일만 늘어놓고 제대로 하나 한 것 없어 보였다. 어떤 날은 올바르게 살아가고는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책의 한 구절을 보게 되었다. 그 구절은 이러하다. '마음이 약해지면 평소에 지나쳤던 것을 자세히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면 이것저것 더 슬퍼질 일이 많아진다. 이것저것 찾아내서 슬퍼진다.' 나는 순간, 어쩌면 나 스스로가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옆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러한 성향은 고급스럽고 고가인 상품이 더 잘 팔리는 소비적 풍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이 늘 앞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질보다는 양을, 느림보다는 빠름이 우선시 된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내가 타인보다 이뤄낸 것이 없거나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해지고 괴롭다. 그리고 이러한 슬픔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낸다. 잠시 여유를 내어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빠르게 가고 있지는 않아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은 고통과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있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난대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스님처럼 꾸준하게 내면을 단련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아직은 미숙하고 어렵다. 그러나 인정하는 것을 시도하기도 전에 애써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억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명언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명언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고통스러운 것을 억지로 즐기면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즐기지도 못하는 것을 즐기라고 하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된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성장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매 순간이 경쟁으로 치닫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할 필요가 있다. 이 각박한 삶속에서 스스로마저도 자신을 외면하고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비록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나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나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