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감 제도, 정부 정책 개선 한계
농촌도 함께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최고의 의정목표로 삼은 국회의원으로서 농식품부 정책과 현안을 공들여 준비했다. 농촌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정책을 비판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제안을 위해 그동안 개최한 지역 토론회와 의정간담회 등에서 농민들이 직접 제기한 문제를 국정감사의 주요의제로 삼았다. 농축산인에게 초미한 관심사인 '쌀직불금 현실화', '송아지 생산안정제' 등을 비롯해 무분별한 농지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농지전용부담금 체납 대책', 또 퇴비를 선호하는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액비화와 기존 시설 가동률 분석없이 예산을 과잉투자하는 '중장기 가축분뇨 자원화 대책', 이 외에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 '농지 리모델링 사업'등 시급히 개선돼야 할 농촌정책들은 넘쳐났다.
그런데 주어진 질의시간이 참으로 부족하다. 부처에 대한 감사는 하루뿐이고, 그 하루 동안 주질의, 보충질의, 추가질의 등을 다 합쳐봐야 의원 1인에게 주어진 최대 질의시간은 20분 남짓이다. 그 마저도 장관의 답변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국정감사장에서 국민들 앞에서 장관과 토론해 설득하고 개선의지를 표명케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다. 결국 준비한 질의 가운데 상당수는 서면질의로 대체하게 된다. 국감이 끝나고 한참 후에야 의원실에 송부되는 정말 성의없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담겨있는 서면질의 답변서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맥이 빠진다. 현행 국정감사 제도 하에서 방대한 정부정책을 꼼꼼하게 살펴 문제점을 찾고 개선방향을 제시하기에는 시간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는 한번 지나가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거르지 않고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최대한 자료를 늦게 제출하려 하고 제출된 자료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자료를 분석하고 거기서 발견된 문제점을 더 파고들기 위한 새로운 자료 확보와 분석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찾아낸, 반드시 시정돼야 할 문제점과 개선 대안들도 그냥 소리없이 묻히기 일쑤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렇다. 한정된 지면에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주제를 기사화해야하는 언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정성, 국민에게 다가서는 지름길
사정이 이러다보니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국민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정책개선사항 보다는, 언론이 주목하는 소위 '섹시한' 주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마치 행정부 견제를 게을리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자극적인 이슈가 많지 않다. 달리 말하면 이것이 바로 소외받는 농어촌 현실의 단면이기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묵묵히 잘못된 농정을 지적하고 그 개선까지 이끌어내 실질적으로 농촌과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부 견제자의 역할을 수행하려 노력하고자 한다. 진정성이야말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