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으로 배운 시, 재미없고 어려워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 교육에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입시에서 시를 평가하는 방식에 잘못이 있다고 해야 옳겠다. 입시에서 어떻게 문제를 내느냐에 따라 현장에서 가르치는 방법도 내용도 결정되니 결국 같은 얘기일 것이다. 시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종의 언어예술이다. 이 감정과 생각이란 매우 주관적이어서 이것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안 가르치고 평가를 안 할 수 없으니 교육 현장에서는 매우 분석적인 방법으로 시를 분해하여 가르치게 된다. 소재가 무엇이고, 시인의 시적 경향은 어떻고, 수사법은, 주제는 어떻고 이런 식이다. 중요한 것은 시에 대한 독자의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일 텐데 과학지식을 배우듯이 시를 지식으로서 배우게 된다는 뜻이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 한 편의 시가 독자 각자의 마음에 일으키는 정서적인 반응은 다 다르다. 그러니 정해진 답을 고르게 만드는 평가방식으로는 분명 시를 풍요롭게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를 분석적인 방법으로, 지식으로서 배운 아이들에게 시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마지못해 배웠던 시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렵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김승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여 '2013 전국청소년문학축제'가 열린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 해 동안 전북작가회의가 주관하여 '청소년 시낭송 축제'라는 이름으로 열어왔는데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른 문학단체로 예산을 넘겨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작가회의는 이름도 바꾸고 장르를 확대하여 다시 축제를 연 것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문학마저도 시험점수를 잘 얻기 위하여 접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 우리 청소년들이 입시나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문학을 읽고, 즐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학을 놀이처럼 취미처럼 즐기고, 맘껏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여 갈수록 위축되어 가는 문학 저변을 확대하고 문학과 향유자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데에 축제의 취지가 있다고 한다.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문학 즐겨야
각박한 입시 위주의 교육 현장에, 그리고 지식으로써 시를 배워야 하는 문학교육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대중문화와 천박한 성인문화에 대책 없이 노출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함양에 기여하는 바도 크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전북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가시적이고 성급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