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문화전당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가

2001년 9월 전주 덕진 체련공원 인근에 세워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하 소리문화전당)은 그 규모와 시설 면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복합 문화시설이다.

 

대규모 다목적 공연장인 모악당(객석 수 2,037석)과 중극장 형태의 연지홀(666석), 판소리와 전통무용 등 소규모 전통예술 전용 공연장인 명인홀(206석), 7000석 규모의 계단식 객석을 갖춘 야외공연장, 가변식 좌석을 갖춘 국제회의장(250석)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런 규모의 문화시설이 전주에 있다는 건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 하드웨어 분야의 뛰어난 경쟁력이기도 하다. 전북도는 이 시설 운영을 민간에 위탁했고 지난 2003년부터 예원예술대가 맡고 있다.

 

그런데 소리문화전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투자에 인색하다 보니 도민 문화 수요를 충족시킬 기획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그야말로 대관 기능에 그치고 있다. 대관이나 건물 관리에 그친다면 굳이 공모 절차를 밟아 위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북도는 위탁 운영 대가로 도민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작년 35억 8000만 원, 올해는 이 보다 3억3000만 원이 늘어난 38억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전시 공연의 공간은 물론 창의적인 기획이 제시돼야 마땅하다.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안일한 자세로는 지역문화에 대한 기여나 창의적인 기획이 나올 리 없다.

 

일할만 하면 떠나는 종사자들의 유출이 심한 것도 문제다. 무대감독과 음향감독, 무대· 조명· 장치 팀원, 하우스 매니저(공연장 관리)와 웹마스터 등이 일을 할만 하면 떠나고 있다. 자체 수입이 적다 보니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능력자나 노하우가 축적된 종사자들이 자꾸 떠난다면 관리 운영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누더기 벽면, 흐릿한 조명, 시설 노후 등의 지적도 있고 소리문화전당 홈페이지 운영도 비판 받는 대목이다. 이인권 대표 인터뷰 배너를 홈페이지 첫 화면에 올려놨고 이 대표 개인 칼럼을 별도 페이지에 모아놓기도 했다. 또 홈페이지에 수탁단체의 이름만을 밝힌 게 상례지만 이와는 달리 예원대를 별도로 소개해 놓고 있다.

 

이런 점들은 사적인 홍보수단으로 홈페이지를 활용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소리문화전당은 도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쇄신대책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