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전주 한옥마을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은 느림의 미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여건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보존과 생태주의에 입각한 관심과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한옥마을에는 지금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슬로시티' 지정 당시 100여 곳에 불과했던 상업시설은 3년 만에 305곳으로 늘어났다. 급격한 상업화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 한옥마을은 난장판 시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정체성이 퇴색되고 머지않아 외면받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들이 많다.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장흥과 신안은 당초 취지에 맞지 않은 각종 정책과 개발을 남발한 탓에 재인증 심사과정에서 취소 또는 유보됐다. 전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 역시 이런 추세라면 2015년 재인증 심사때 슬로시티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해답은 무분별한 개발 제한을 제도화하는 길이다. 전주시가 한옥을 건축할 때 층수를 1층 이하로 규제하고, 용적률을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키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한옥마을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하층은 금지하고, 상업공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장과 대문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지나친 상업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문제는 주민 재산권 침해와 충돌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있다.
한옥마을은 전주뿐 아니라 전북의 자산이다. 보존하면서 존속시켜 나가야 할 유산이다. 아울러 정체성을 살리면서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명소로 가꿔 나가는 것도 과제다.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미래에 예상될 폐해를 차단하고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옥마을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면 썰렁하고 박제된 마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결과를 원하는 주민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주시 역시 무작정 밀어부칠 게 아니라 주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심도있게 강구해야 한다. 대안 모색에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